25일 KT 유·무선 서비스가 40분가량 마비되면서 전국이 혼란에 빠졌다. 휴대전화 이용자는 물론 소상공인까지 큰 피해를 봤는데, 3년 전 화재로 대규모 통신 장애를 유발한 '아현사태'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KT 유·무선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멈췄다가 11시 57분쯤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으로 점차 정상화됐다. 네트워크 오류가 점심시간과 겹쳐 사람이 몰리는 식당과 카페 등에 곧바로 영향을 줬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은 모바일 앱으로 QR 체크인을 받는 대신 수기명부 작성을 안내했다. 식당은 예약 손님으로 가득 찬 상황이었는데,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냐고 묻자 "아직 알 수 없다"며 발만 동동 굴렀다.
전국 학교는 원격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KT 통신망 장애로 서울과 경기 일부·인천·부산 등 전국 12개 교육청 7742개 학교·유치원과 기관이 불편을 겪었다고 전했다. 공공학습 관리시스템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 접속도 차단됐다.
세계기전인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은 26일로 연기됐다. 온라인 대국이 네트워크 오류로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시께 시작됐지만, 회선 불안으로 40분 만에 중단됐다.
서울대병원 등 서울 주요 상급병원은 수납은 문제가 없었지만, 일부 환자들이 병원을 출입하거나 증명서를 발급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본인인증용 QR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다.
이 사고는 주식시장에도 타격을 줬다. 일부 투자자들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하지 못해 적시에 거래하지 못했다.
서비스 오류를 인지한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전국적인 KT 통신망 장애로 관련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다"고 공지했다.
KT는 장애 원인에 대해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며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디도스는 서버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데이터를 한꺼번에 보내 짧은 시간 안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공격이다.
회사의 해명을 보면 이번 사고는 단순 인재일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작업은 업무·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야간에 진행하는데, 주간에 설정이 바뀐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KT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가 통신 서비스 장애로 뭇매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수일간 서울 4분의 1 지역의 유·무선 네트워크가 단절됐다.
인근 영업장에서 카드 결제가 힘들었던 것은 물론, 신촌세브란스병원 내·외부 전화와 순천향대서울병원 전산시스템이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계와 통신·전력망 이원화 및 점검 주기 단축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또다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해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단 KT는 최고 경영진으로 구성한 위기관리위원회를 가동해 관계부처와 협업, 이른 시일 안에 명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보상안을 공유할 방침이다.
아현 화재 당시 KT는 중소벤처기업부·통계청 등 자료를 기반으로 영업장 일 소득과 현금 계산 비중 등을 서비스 장애 복구 기간과 연계해 1~2일은 40만원, 3~4일은 80만원, 5~6일은 100만원, 7일 이상은 120만원의 지원금 지급을 합의한 바 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