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현대건설 양효진. [사진 KOVO] '블로퀸' 양효진(32)이 블로킹 여왕 재탈환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양효진은 2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경기에서 블로킹 5개를 잡아냈다.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영양만점이었다. 2세트까진 하나도 없었지만 승부처인 3·4세트에서 5개를 잡았다.
무엇보다 상대 주포인 모마를 봉쇄했다. 가로막기 5개 중 3개가 모마의 공격을 차단한 것이었다. 야스민과 함께 떠 블로킹 어시스트 2개를 기록했는데 모두 모마의 스파이크였다. 현대건설은 야스민(28점)과 양효진(16점)의 활약을 앞세워 GS칼텍스를 꺾고 개막 4연승을 질주했다.
양효진은 경기 뒤 "국가대표팀에서 블로킹 감각을 잡았는데, 몸을 다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완전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3세트에서 모마 공격을 잡는 순간 타이밍과 손 모양 모두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다. 그때부터 확 블로킹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양효진은 2009~10시즌부터 무려 11년 연속 블로킹 1위에 올랐다. V리그 통산 블로킹 1위(1280개)도 양효진이다. 블로퀸(블로킹+퀸)이란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양효진은 왕좌에서 내려왔다. 한송이(KGC인삼공사)에게 왕관을 내주고, 5위에 머물렀다. 세트당 블로킹 0.545개로 데뷔(통산 0.827개) 이후 가장 낮았다. 팀 성적도 함께 떨어졌다. 챔프전은 열리지 못했지만 19~20시즌 1위에 올랐던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팀도 양효진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현대건설은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양효진도 살아났다. 앞선 세 경기에선 블로킹 6개에 그쳤지만 GS전 활약으로 부문 3위(0.733개)까지 뛰어올랐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 워낙 많이 졌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1위라는 생각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절실한 느낌이다. 당연하게 이긴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부침을 겪은 양효진에게 국가대표팀 합류는 새로운 자극이었다.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은 양효진에게 새로운 스타일을 주문했다. 베테랑 양효진에겐 꽤 힘든 시간이었다.
양효진은 "처음엔 외국인 감독님이랑 하는게 부담스러웠다. 손가락도 다친 상태였다. 코칭스태프가 '블로킹 최고'라고 해줬지만, 두 달 동안 아무 것도 못했다. '내가 왜 있어야 하나'란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마지막엔 웃었다. 라바리니호는 2년 간의 항해 끝에 도쿄올림픽 4강이란 성과를 거뒀다. 양효진도 많은 것을 얻고, 영광스럽게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그는 "그동안 배구를 하면서 '왜 세계적인 선수들의 공격을 잡지 못했을까'란 의문을 많이 가졌다. 그런데 디테일한 부분까지 찾아 연습하면서 답을 찾았다"며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양효진에게 통산 12번째 블로킹 1위는 어떤 의미일까. 양효진은 "1위 타이틀을 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고, 목표도 1위"라고 했다. 이어 "그걸 이루지 못해도 어렸을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겠지만, 내 역할을 잘 한다면 타이틀도 따라올 것"이라고 슬그머니 야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