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구단’ KT 위즈가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정상에 올라 한국시리즈(KS)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KT는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1위 결정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1-0으로 꺾었다.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3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7이닝을 책임졌고, 간판타자 강백호가 천금 같은 결승타를 때려냈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은 살얼음판 1점 리드를 지켜 우승을 확정했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는 3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암흑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 부임 첫 시즌인 2019년 처음으로 5할 승률에 성공하며 전열을 정비했고,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면서 강팀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올 시즌은 한층 탄탄해진 선발진과 짜임새를 갖춘 타선을 앞세워 첫 대권에 도전했다. 결국 1군 진입 7시즌 만에 리그 정상에 서는 쾌거를 이뤘다.
KT와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145번째 경기’를 치러야 했다. 144경기 성적(76승 9무 59패)이 정확하게 일치해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승부를 내지 못한 탓이다. 2019년까지는 두 팀이 동률일 때 맞대결 경기 다승·다득점·전년도 성적 순으로 최종 순위를 가렸다. 지난해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1위 결정전 도입을 결정하면서 KT와 삼성이 첫 ‘단두대 매치’의 주인공이 됐다.
야구팬의 관심이 대구로 집중됐다. 입장 가능한 1만 2244석은 예매 9분 만에 매진됐고, 두 팀은 5회까지 득점 없이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균형은 6회 초 무너졌다. KT 심우준이 1사 후 내야 안타를 친 뒤 삼성 유격수 오선진의 송구 실책으로 2루까지 갔다. 조용호는 땅볼로 심우준을 3루에 보냈고, 황재균이 볼넷을 얻어내며 삼성 배터리를 압박했다.
‘해결사’ 역할을 한 건 강백호였다. 호투하던 원태인의 바깥쪽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3루 주자 심우준이 홈을 밟았다. 이날 양 팀의 유일한 득점이자, KT를 우승으로 이끈 결승점이었다.
쿠에바스(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투혼도 빛났다. 그는 지난달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공 108개를 던진 뒤 사흘 만에 다시 등판했다. 이강철 감독은 1~3회를 무실점으로 막기 위해 쿠에바스를 첫 번째 투수로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호투가 이어지자 예정된 3이닝을 넘겨 계속 마운드를 맡겼다. “더 던질 수 있다”는 쿠에바스의 의지가 한몫했다.
쿠에바스는 7회 찾아온 마지막 위기까지 잘 넘겼다. 야수 실책으로 맞은 1사 2·3루에서 강민호와 이원석을 각각 내야플라이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남은 2이닝은 불펜 박시영과 김재윤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KT의 창단 첫 우승은 그렇게 완성됐다.
순탄치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KT는 8월 13일 단독 1위에 올라선 뒤 계속 선두를 지켰지만, 지난달부터 타선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삼성의 추격을 허용했다. 22~23일 맞대결에서 연패하면서 1위 자리를 내주기도했다.
이때 ‘맏형’ 유한준이 전환점을 만들었다. 시즌 내내 종아리 부상을 안고 있던 그가 지난달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주루 플레이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베테랑의 투지가 선수단을 깨웠다. KT는 이 경기에서 5연패를 끊었고, 공격력도 함께 살아났다. 이강철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 “쿠에바스가 경기를 지배했다. 강백호는 원태인을 상대로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며 “모두 잘했다. 우승은 구단, 프런트, 팬 그리고 선수가 ‘팀 KT’로 하나가 되어 이룩한 성과”라며 감격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인 쿠에바스는 “몸은 피곤했지만, 집중력이 좋았다. 동료 모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강백호 역시 “어려움이 많은 시즌이었지만, 결국 우승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웃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