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에는 독보적인 최우수선수(MVP) 후보가 없다. MVP 후보는 규정이닝 또는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거나, 개인 타이틀 부문별 순위 10위 이내의 모든 선수가 대상이 된다. 올해는 개인 타이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주요 타이틀 주인공 얼굴이 거의 다르다.
2관왕을 차지한 선수는 투수 아리엘 미란다(두산)와 타자 양의지(NC)뿐이다. 미란다는 평균자책점(2.33)과 탈삼진(225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미란다가 작성한 225탈삼진은 종전 1984년 고(故) 최동원의 223탈삼진을 뛰어넘는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다. 그러나 미란다는 14승으로 다승 1위 타이틀은 차지하지 못하면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다승 부문을 모두 석권하는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놓쳤다.
양의지는 타점(111개), 장타율(0.581) 2관왕을 가져갔다. 타율, 홈런 등 주요 타격 지표 기록은 다소 떨어졌다. 타율 6위(0.325), 홈런 5위(30개), 득점 19위(81개), 안타 12위(156개) 등이었다. 양의지는 9월 이후 주로 지명타자로 나오는 등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9~10월 월간 타율도 2할 후반대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이었던 NC도 7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타율 1위(0.360) 이정후(키움)는 세계 최초로 부자 타격왕이 되면서 MVP 후보로 꼽힌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는 1984년 0.393의 타율로 타격왕에 올랐다. 이정후는 지난달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 코치도 못 했던 사이클링 히트까지 달성했다. 그러나 옆구리 통증으로 123경기 출전에 그쳤고, 7홈런, 84타점 등 다른 주요 기록이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35홈런으로 홈런 1위에 오른 최정(SSG)은 지난달 19일 광주 KIA전에서 400홈런 금자탑을 쌓았다.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400홈런을 친 것은 이승엽(은퇴)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며 우타자로선 처음이다. 그러나 타율이 0.278로 떨어지는 등 다른 기록이 아쉬웠다.
독보적인 후보가 없어 마무리 투수 오승환(삼성)도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승환은 44세이브로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13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40세이브 고지를 밟아 2013년 손승락의 만 31세를 훌쩍 넘어 역대 최고령 시즌 40세이브 달성 기록을 세웠다. 평균자책점은 1.92를 기록했다.
강백호(KT)는 개인 타이틀은 하나도 따내지 못했지만 고르게 잘했다. 타율 3위(0.347), 타점 2위(102개), 안타 2위(179개), 출루율 2위(0.450), 장타율 5위(0.521) 등을 기록했다. 강백호는 시즌 중반까지 MVP 후보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후, 후반기에 타격감이 떨어져 고전했다. 8월 중순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지만 결국 타격왕도 등극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KT를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 공이 크다.
MVP 선정 투표는 올 시즌 KBO리그를 담당한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구단 지역 언론사의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수상자는 29일 KBO 시상식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