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현대건설은 지난달 31일 열린 KGC인삼공사전에서 3-0 승리를 거뒀다. 개막 5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행진을 이어갔다. 현대건설은 이날 외국인선수 야스민이 왼허벅지 근막 통증으로 결장했다. 하지만 황연주가 그 자리를 메웠다. 15득점(공격성공률 36.1%)을 올렸다.
황연주는 전화 통화에서 "긴장보다는 어색함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팀내 연습 때는 내 자리인 라이트보다 레프트에서 더 많이 스파이크를 때렸다. 경기 상황처럼 랠리가 이어지는 연습을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에선 그런 어려움을 단번에 털어냈다. 황연주는 "(세터 김)다인이가 공을 정확하게 많이 올려줬다. 후위공격(5개 시도 3개 성공)도 계속 해왔던 거라 힘들지 않았다. 힘이 부칠 때도 있었는데, 좋은 토스 힘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황연주 몸 상태가 좋았다.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고, 경험도 많다. 기회를 잘 살렸다"고 칭찬했다.
황연주는 '기록의 여왕'이다. 남·녀부를 통틀어 처음으로 V리그 통산 5000점을 돌파했고, 여자부에선 유일하게 백어택(1176개) 1000개를 달성했다. 서브득점 통산 1위(441개)도 황연주다.
그러나 황연주의 포지션인 아포짓은 주로 외국인선수가 차지한다. 나이가 들면서 황연주의 입지도 좁아졌다. 지난 시즌엔 19경기에서 18득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 전 마지막으로 두자릿수 득점을 한 건 2018년 12월 30일 흥국생명전(11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수훈선수로 황연주가 인터뷰에 나서자 동료들은 "울지마"를 연호하며 웃었다. 황연주는 중계진의 질문에 "내 눈물은 비싸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황연주는 "아무래도 외국인선수가 빠지면 팀에 큰 타격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더 축하해준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황연주는 최근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지난 8월 도쿄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 나섰고, 선수들의 투지에 눈시울을 붉혔다. 황연주는 "(지난 경기는)울 일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정도는 되야 한다"고 웃으며 "그런 (감격적인)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울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황연주는 지난해 농구선수 박경상(31·원주 DB)와 결혼했다. 최근엔 '배농부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황연주는 "그날 DB도 경기가 있어 내 경기를 보진 못했다. 항상 응원하고 최고라고 말해줘서 고맙다. 부상이라 경기를 못 뒤는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고마워했다.
황연주가 눈물을 보이지 않은 건 언제든 다시 그런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에 못 나가더라도 항상 준비하고, 연습했다. 그래서 그날 경기에서도 경기를 잘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팀 동료 양효진(6073점)에 이어 역대 득점 2위인 황연주는 5477점을 올렸다. 5500득점 고지가 눈 앞이다. 황연주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팀이 이기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5500점이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경기를 많이 못 뛰니까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처럼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