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서 8-16으로 승리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두산 타선은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키움 마운드를 폭격했다. 선발 타자 9명 중 7명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두산의 중심타자 박건우는 멀티히트를 치지 못한 두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날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박건우는 6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치며 승리의 조연으로 머물렀다. 오랜만에 타점을 기록했지만, 미소 짓기엔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가을 단골 두산의 중심타자지만 박건우는 가을에 약했다. 올해 WC 2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1할(10타수 1안타)에 그쳤다. 통산 정규시즌 타율 0.326, 장타율 0.492의 강타자가 포스트시즌에서는 타율 0.184(163타수 30안타), 장타율 0.245에 그치고 있다.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동안 한국시리즈 타율이 0.174에 그쳤다. 특히 2018년에는 한국시리즈 타율이 0.042·9삼진·2병살로 극도로 부진했다. 18경기 처진 2위였던 SK에 역전 우승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시장 최대어로 FA 선언을 앞둔 박건우에게 이번 가을은 마지막 쇼케이스다. 드넓은 잠실야구장에서 3할 타율과 20홈런과 10도루, 우익수와 중견수 수비를 책임져준 박건우는 올 시즌 FA시장에 나오는 외야수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계약 총액 100억원을 넘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후보다. 올 시즌에도 투고타저 속에 타율 0.325·2루타 31개·6홈런·13도루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 성적은 선수 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FA를 앞둔 상황에서 가을야구 활약은 충분히 긍정적인 변수다.
공교롭게도 함께 FA 시장에 나서는 팀 동료 김재환은 가을야구에서도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중이다. 1차전에서 인상적인 동점 홈런을 쏘아 올렸고, 2차전에서는 1회 상대 선발을 흔드는 결정적인 2루타로 타선의 기폭제가 됐다. 박건우보다 2살이 많고 수비력도 떨어지지만, 결정적인 가을 활약으로 가치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포스트시즌 결과에 따라 두 선수의 가치, 잔류 여부가 엇갈릴 수도 있다.
FA와 별개로 전력 공백을 메꿔야 하는 두산으로서도 박건우의 활약이 절실하다. WC에서 승리하며 LG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두산은 여전히 1선발 아리엘 미란다의 복귀가 어렵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은 부상으로 이미 한국을 떠났다. 토종 에이스 최원준, 제구가 불안한 구위파 곽빈을 제외하면 정규시즌 검증된 선발이 없다. 불펜진 역시 WC 2경기 동안 8⅔이닝 10자책점(평균자책점 10.38)으로 무너졌다. 시즌 막판 대체 선발로 합류한 김민규가 활약하면서 2차전 승리를 챙겼지만, 3전 2승제인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타선이 해결해줘야 이길 수 있다.
타선 폭발의 마지막 조각이 박건우다. WC에서는 정수빈(타율 0.364), 호세 페르난데스(타율 0.400), 김재환, 양석환(타율 0.333)이 모두 예열을 마쳤다. 박건우가 정규시즌의 활약만 이어갈 수 있다면 WC 2차전의 공격력을 언제든 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