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박종훈(30)은 요즘 팀 2군 전용 훈련장이 있는 강화군에서 쳇바퀴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묵묵히 이겨낸다. 하루라도 복귀일을 당겨 제 몫을 해내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박종훈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SSG의 붙박이 선발 투수로 활약하면서 국내 정상의 언더핸드 투수로 자리를 굳혔다. 올해 역시 첫 9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2.82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8일 한화전 마운드에 올랐다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했고, 정밀 검사 끝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결국 6월 9일 미국 LA에 있는 켈란 조브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긴 재활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늘 박종훈과 함께 선발진을 지켰던 문승원마저 같은 시기에 같은 수술을 받아 전열을 이탈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을 동시에 잃은 SSG는 대체 선발을 투입해가며 어렵게 5강 싸움을 이어갔지만, 정규시즌 최종전 패배와 함께 5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시즌 내내 "팀에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다 내 탓이다. 뒤에서 응원이라도 열심히 하겠다"던 박종훈은 무겁고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토미존 서저리는 회복과 재활, 등판까지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박종훈 역시 내년 6월 중순 복귀를 기대하면서 재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복귀 목표 시점을 5월 말로 앞당겼다. 팀 전체와 팬들의 기다림을 잘 알고 있어서다. SSG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박종훈과 문승원에게 직접 탕수육을 요리해주면서 "화려한 컴백을 기다린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박종훈은 "지금 몸 상태가 아주 건강하다. 강화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계획대로 잘 수행하고 있다"는 희소식을 전했다. SSG 관계자도 "재활 중이라 운동량이 평소보다 적은데도 체중이 하나도 불지 않고 예전보다 더 좋은 몸을 유지하고 있다. 스스로 몸 관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고 귀띔했다.
SSG 선수단의 '분위기 메이커'인 박종훈 답게 앞장서 동료를 챙기는 정성도 여전하다. 박종훈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을 위해 지난 3일 재활 훈련을 마치고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찾았다. 5년간 SSG에서 뛴 로맥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다. 로맥과 팬들이 온라인으로 작별 인사하는 자리에 함께 참석해 그간의 추억을 풀어놓고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박종훈은 "처음엔 로맥과 인사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장에 도착했는데, 막상 로맥과 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며 "그동안 팀에서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로맥의 제2의 인생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 나도 더 열심히 해서 한국에서 더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