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영웅'은 이영하(두산)였다. 두산이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를 제치고 대구로 간다.
두산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3전 2승제) 3차전에서 장단 15안타를 몰아쳐 10-3으로 대승을 거뒀다. 강속구 오른손 투수 이영하가 힘 빠진 두산 마운드를 일으켜 세웠다. 2회에 올라온 이영하는 4이닝 동안 2피안타·4사사구·4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3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 "이영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선발투수 김민규가 불안하면 빨리 투입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김 감독은 1회가 끝나자마자 이영하를 승부수로 띄웠다. 김민규는 1회 초에만 30구를 던지면서 안타 2개, 볼넷 2개를 내주고 1실점했다. 지난 4일 LG와 준PO 1차전에 나와 1과 3분의 2이닝 동안 25구를 던졌던 이영하는 이틀을 쉬고 올라왔다. 이영하는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속 150㎞에 달하는 빠른 직구로 위기를 넘겼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어깨 통증), 워커 로켓(팔꿈치 수술)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 가을 야구를 하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선발진 전력이 약해 고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두산에는 한때 KBO리그 최고 선발투수였던 이영하가 있었다. 뛰어난 체격(키 192㎝)과 강속구를 갖춘 이영하는 2019년 17승을 거둔 특급 유망주였다.
그러나 올해는 선발로 10경기에 나와 1승 5패, 평균자책점 11.17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지난 9월 불펜투수로 보직이 변경됐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영하는 불펜으로 24경기에 나와 33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60으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이영하는 "올해 선발로 너무 못 던지니까 계속 쫓기는 기분이었다. 선수단과 팬에게 정말 미안하다. 잘못이 커서 남은 시즌 동안 다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벼랑 끝 승부에서 예전의 위력적인 선발투수 모습을 보여줬다.
이영하는 특히 LG를 상대로 자신만만했다. 그는 "LG와 경기에서 진 기억이 거의 없다. 올해 안 좋았을 때도 LG전에서 잘 던지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투구 밸런스를 맞췄다"고 했다. 2017년에 프로에 온 이영하는 정규시즌 LG를 상대로 통산 19회 나왔는데 11승 1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9개 팀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마운드가 안정되자 두산 타선도 폭발했다. 1-1로 맞선 3회 초 선두타자 박계범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1사 주자 2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LG 선발 임찬규의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두산은 4회 초 앤드류 수아레즈를 잘 공략하면서 2사 주자 1, 3루에서 정수빈의 적시타로 1점 추가했다. 5회 초에는 LG 불펜투수 세 명 김윤식, 이정용, 진해수를 상대로 무려 6점이나 뽑았다. LG 우익수 채은성, 3루수 김민성의 포구 실책까지 겹치면서 10-1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