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택배 현장에서 배송 대란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는 소형 택배차 배송의 경우 당장은 버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유통 업계와 택배 업계에 따르면 일반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택배 현장에서는 당분간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의 택배 차량은 대부분 소형이어서 요소수를 보충하면 한두 달 정도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디젤(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2015년 모든 디젤차에 SCR이 의무 장착됐다. SCR 부착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을 못 한다.
현재 원자재·물류 배송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 정도가 SCR을 장착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품귀 현상)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장 배송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배송기사를 직고용하고 있는 쿠팡과 마켓컬리는 연말까지 쓸 수 있는 요소수를 비축하고, 이를 기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인 지입(차량을 갖고 업체에 속함)차주에 위탁·의존한 업체들로,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실제 신세계그룹 SSG닷컴이나 직매입이 아닌 중개 형태의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 11번가 등은 아직 배송에 문제는 없다지만 발만 동동 구르는 분위기다. 오픈마켓은 특성상 판매자가 직접 배송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인 지입 차주들이 요소수를 찾지 못하면 배송 차질이 불가피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전국에서 물건을 중앙(허브) 터미널로 모으는 '간선' 택배 차량의 요소수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간선 택배 차량의 경우 주행 거리가 길고 물건을 많이 실어야 해 3·4일에 한 번씩 요소수가 필요하다.
택배사 관계자는 "간선 차량과 소형 택배 차량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만 물건이 제대로 배송되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멈춰도 배송은 끝장"이라며 "현재 요소수를 구하지 못한 일부 택배 종사자들이 자체 SNS 대화방을 통해 급한 기사에게 요소수를 나눠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배차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유통 업계는 자칫 연말 장사를 망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있어 11월과 12월은 설, 추석에 버금갈 정도로 물류 수급이 중요한 시기다. 이달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비롯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다음 달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까지 줄줄이 대형 할인 행사를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발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선박을 통한 수입선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물류마저 중단될 경우 대목은커녕 오히려 손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유통 업체 관계자는 "물류 업계에서는 이미 요소수 사재기를 하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며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대형마트까지도 물류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회원사들이 모두 요소수 확보에 나섰지만, 민간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품귀 문제가 풀릴 때까지 요소수 없이 차량 운행이 가능토록 정부가 검토하고, 물량 비축 시스템 마련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재 정부는 요소수 확보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우선 국내 산업계가 보유한 요소수 재고 파악에 이어 이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환경부의 기술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이를 차량용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신속한 공급을 위해 화물차의 배기가스 배출 등과 관련한 과도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