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주전 포수 장성우에게 한국시리즈(KS) 상대로 선호하는 팀을 묻자 그가 남긴 답변이다.
짜임새 있는 삼성 라이온즈 타선의 힘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매번 치열한 승부를 펼쳤던 삼성과의 재대결을 바랐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플레이오프(PO)에서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패한 팀이다.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강한 두산의 저력을 잘 알고 있다. 올해는 설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떤 팀이 올라와도 대차게 붙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KT는 오는 14일부터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PO) 승자와 KS를 치른다. 1위 결정전에서 삼성을 꺾고 극적으로 KS에 직행했지만, 기다리는 팀이 누릴 수 있는 여유는 갖기 힘든 상황이다. PO를 펼치고 있는 두 팀 모두 KT 입장에서는 까다롭다.
KT는 올 시즌 삼성에 약했다. 페넌트레이스 16경기에서 9패(1무 6승)를 당했다. 상대 9팀 중 가장 낮은 승률(0.400)을 기록했다. 1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삼성전 4경기에서 승수 없이 2패만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5.48. 토종 에이스 고영표조차 삼성전 3경기에서는 18이닝 동안 14점이나 내줬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도 삼성전에서 실점(5점)과 피홈런(2개)이 가장 많았다. 반면 삼성의 1~3선발 데이비드 뷰캐넌, 백정현, 원태인은 모두 KT 타선에 강했다.
두산전을 상대로는 정규시즌에서만 강했다. 2년(2020~2021) 연속 상대 전적에서 앞섰다. 하지만 가을야구 무대에서는 힘을 써보지 못했다. PO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타선이 두산 마운드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1차전 2득점, 2차전은 1득점에 그쳤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8이닝 1실점 하며 호투한 3차전은 5-2로 이겼지만, 4차전에서 영봉패(스코어 0-2)를 당하며 탈락했다.
올해 PO는 3전 2승제로 진행된다. 1차전 선발 투수가 KS 1차전에도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이 KS에 올라가면, KT는 고전했던 상대 1~3선발을 차례로 상대한다. 두산도 부담스럽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준PO·PO를 모두 잡고 기세가 하늘을 찌른 상태로 KS를 치를 것이다.
KT 주전급 선수 중 KS를 경험한 선수는 최고참 유한준 한 명뿐이다. '경험'이라는 변수도 KT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KT는 2021년 장기 레이스를 1위로 골인한 팀이다. 어느새 저력이 생겼다.
두 팀을 상대로 믿는 구석도 있다. 일단 삼성은 원정 징크스를 털어냈다. KT는 10월 31일 열린 삼성과의 1위 결정전, '단두대 매치'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6패나 당한 라이온즈파크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번 KS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이미 '라팍' 열세는 지워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상대로 자신감을 얻었다.
두산도 마찬가지다. KT 타선은 상대 토종 에이스 최원준을 상대로 지난 2시즌(2020~21) 연속 강했다. 27이닝 동안 17점을 뽑아냈다. 현재 부상으로 이탈한 두산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KS에서 복귀해도 걱정없다. KT는 올 시즌 미란다에게 유일하게 4점대 평균자책점을 안긴 팀이다. 이강철 감독도 미란다 공략에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에게 정규시즌 열세, 두산은 지난해 PO 탈락을 설욕할 기회다. KT 입장에서는 2021년 진정한 최강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