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9~10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에서 2승 무패 완승을 하고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 진출했다.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7년(2015~2021) 연속 KS 진출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PS)이 시작될 때만 해도 두산의 KS 진출 가능성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구멍 난 선발진 때문이다.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종료했고, 에이스였던 아리엘 미란다는 어깨 통증으로 PS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설상가상 PO에서는 3선발 곽빈마저 허리 근육통으로 등판 일정에서 제외됐다.
두산은 변칙적인 투수 운용으로 버텼다. 대체 선발 김민규가 3경기에서 첫 투수의 역할을 다했고, 필승조가 총출동해 긴 이닝을 소화했다. 버티고 버텨 KS에 올라왔다. 지금까지 '미러클'로 버텨왔다면, KS부터는 진짜 두산의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곽빈은 물론 올 시즌 최고의 에이스 미란다도 함께 돌아온다. 선발진의 깊이가 PO 때보다 두 배 이상 두터워졌다.
상대 KT는 선발 평균자책점 3.69(1위), 812이닝(1위) 소화로 명실상부한 리그 1위 선발팀이지만, 미란다 없이도 팀 평균자책점 1위(3.59) LG 트윈스와 리그 최고의 1~3선발을 지녔던 삼성을 차례로 격파한 두산이다. 길어야 하루만 쉬었던 가을야구에서 처음으로 얻은 3일 휴식도 천금 같은 기회다. 기존에 버텨준 최원준과 불펜진들도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1차전 선발은 곽빈이 될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은 10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곽빈이 상태가 괜찮으면 먼저 나간다. 투수 코치와 잠깐 얘기만 했고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최원준이 지금까지 너무 타이트하게 등판해왔다”고 예고했다. 곽빈은 지난 WC와 준PO에서 두 번 연속 3일 휴식 후 등판했지만, PO에서 빠진 덕분에 일주일을 통째로 휴식했다. 지쳐있는 최원준, 복귀 후 첫 경기를 치르는 미란다에 비해 믿을 수 있는 카드다.
올 시즌 KT 상대 성적도 좋았다. KT전 3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2.45로 호투했다. 14와 3분의 2이닝 동안 볼넷 14개, 사구 1개를 내준 극악의 제구력은 여전했지만, 탈삼진 12개로 고비마다 위기에서 탈출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10월 12일 잠실 KT전이 압도적이었다. 1회 13연속 볼·3연속 볼넷 등 7사사구를 기록했지만, 피안타를 단 한 개만 내주면서 5와 3분의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구위로 압도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경기 후 "쳐내기 쉬운 직구가 아니다. 선수들이 존 밖으로 들어오는 공을 잘 참았는데, 직구가 워낙 힘 있고 좋았다"고 털어놨다. 특유의 거친 투구가 오히려 KT 타선을 압도했다. 이 감독은 "존 안에 들어와야 잡아놓고 칠 수 있는데 들어오질 않더라. 곽빈한테는 공격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곽빈의 구위가 다시 한번 KT를 압도한다면, 두산의 '미러클'은 7년 연속 KS 진출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