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 뷰티 기업들이 '한국적 미와 전통'이라는 DNA를 럭셔리 브랜드에 심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제품이 글로벌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이 뷰티 기업과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유물 공개전을 후원하고, 아모레퍼시픽이 제품 패키징에 조선시대 민화를 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생건은 최근 럭셔리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가 올해까지 진행하는 특별전시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후원한다고 9일 밝혔다. 국립고궁박물관이 개최하는 이 전시는 지난 6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서 발굴한 유물 1755점을 모두 선보이는 자리다. 금속활자와 물 시계 등 조선시대 유물을 고루 엿볼 수 있다.
LG생건의 남다른 문화재 사랑은 업계 널리 알려져 있다. LG생건의 후는 2015년부터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맺고 궁궐의 보존관리와 궁중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후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8년에는 후의 장수 모델인 이영애까지 나서 문화재청과 '왕실 여성 문화지킴이 후원 약정식'까지 가졌다.
업계는 이런 LG생건의 문화재를 향한 관심을 후의 콘셉트에서 찾는다. 후는 한국 궁중화장품을 모티브로 한다. 한국 왕실에서 쓰는 고급스러운 한방 화장품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있는 후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한 한방을 원료로 한 것이 아닌 한국 궁중 여인들의 럭셔리한 이미지가 덧입혀지면서 후를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후는 2018년 단일 브랜드로 2조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는 '한국 궁중의 여인들이 쓰는 제품'이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LG생건의 효자가 됐다"며 "화장품 기업이 문화재를 지속해서 후원하고, 궁중문화 전파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후의 이런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생건 측은 앞으로도 궁중문화 캠페인을 펼치면서 궁중 화장품 브랜드로서 왕실 여성 문화를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아모레는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에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후처럼 궁중 그대로를 보여주기보다는 현대적으로 다시 풀어낸다는 것이다.
설화수가 최근 선보인 '언락 더 시크릿 챔버' 콜렉션이 대표적이다. 이번 홀리데이 시즌 한정판으로 출시된 이번 콜렉션은 조선 시대 민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비밀의 방, 비밀의 서재'라는 콘셉트로 조선 시대 민화 '책가도'를 세련되게 녹아낸 패키지가 특징이다.
설화수는 이번 콜렉션 홍보를 위해 SNS 등에 홍보 영상을 올렸는데, 장면마다 한국 전통 자개장이나 서책, 한복 등을 소품으로 녹여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오징어 게임' 등 K드라마와 영화가 글로벌에서 빅히트를 치면서 한국 문화와 패션·뷰티에 대한 관심도 다시 증가세다. 뷰티 대기업들이 제품에 한국 전통의 DNA를 심으려는 노력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는 한국 전통문화와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간의 지혜로 빛나는 아름다움'이라는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며 "조선시대 민화를 설화수의 이번 홀리데이 콜렉션의 오브제로 삼고 패키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