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를 하루 앞두고 “‘팀 KT’의 힘으로 정규시즌 1위까지 올랐다. KS에서는 모든 선수가 키플레이어”라고 말했다.
KT 선발진은 10개 구단 최다 승(53승)을 올렸다. ‘벌떼’ 불펜도 위력을 발휘했다. 유한준·박경수 등 베테랑이 이끌고 강백호, 배정대 등 젊은 선수가 미는 타선도 강력했다. 그래도 KT는 가을야구 초짜다.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 베어스에 완패(1승 3패)했다.
올해 KT는 처음으로 KS에 직행, 2015년부터 7년 연속 KS에 진출한 ‘가을 타짜’ 두산과 다시 만났다. KT는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S 1차전에서 4-2로 승리했다. 팀 이름(위즈)과 어울리는 마법 같은 승리였다.
선발 투수로 나선 윌리엄 쿠에바스는 7과 3분의 2이닝 동안 7피안타 8탈삼진 1실점 하며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위력적인 커브를 앞세워 1회 초 선두 타자 정수빈, 2회 무사 1루에서 만난 양석환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4회 초 1사 2·3루에서 양석환을 잡은 공도 커브와 컷 패스트볼(커터) 조합이었다. 이어 박세혁도 커터와 커브로 돌려세웠다.
두산 선발 곽빈을 공략하지 못했던 KT 타선은 4회 말 공격에서 선취점을 냈다. 선두 타자 강백호의 안타와 후속 유한준의 타석에서 상대 실책으로 1·2루를 만들었고, 제라드 호잉이 희생번트에 성공했다. 이어 장성우가 희생플라이를 쳤다.
쿠에바스는 5회 초 1사에서 강승호에게 3루타, 김재호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1-1 동점을 허용한 뒤 정수빈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흔들렸다. 위기에서 베테랑 2루수 박경수가 나타났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침착하게 송구, 추가 실점을 막았다.
1-1 행진이 이어지던 7회 말 KT 배정대가 선두 타자로 나섰다. 올 가을 야구에서 두산 불펜을 이끄는 이영하가 던진 슬라이더를 배정대가 힘껏 잡아당겨 좌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배정대는 정규시즌 후반기 타율 0.238에 그치며 부진했다. 체력 저하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중견수 수비만으로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는 선수”라며 그를 독려했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배정대는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타율 0.323로 반등했고, 좋은 타격감을 KS까지 이어갔다. 경기 전 KT 투수 소형준이 “우리 팀에서 배정대 선배가 가장 잘 칠 것 같다”고 한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배정대가 균형을 깨자 KT의 공격이 더 매서워졌다. 3-1로 앞선 2사 2루에서는 강백호가 이현승을 상대로 깔끔한 좌전 안타를 치며 쐐기 타점을 올렸다. 강백호는 앞선 세 타석에서도 안타 2개와 볼넷을 얻었다. 그는 KS를 하루 앞두고 “나는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이다. 지금 너무 설렌다. 상대 투수에게 부담을 주는 타자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생애 첫 KS를 22세 강백호는 즐기는 듯했다.
쿠에바스는 8회 초 2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한 10월 31일 1위 결정전 호투(7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여줬다. 1차전 경기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차지였다.
KT는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했다. 이강철 감독의 자신감대로 ‘팀 KT’의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해까지 38번 열린 KS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적은 28번(73.7%)에 이른다. 창단 첫 KS 승리를 거둔 KT가 첫 우승을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15일 오후 6시 30분 시작하는 KS 2차전 선발 투수는 소형준(KT)과 최원준(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