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는 2000년 LG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이후 방출과 트레이드를 통해 2008년 KIA에서 겨우 1군에 데뷔했다. 다만 타격이 너무 약해 주로 백업 포수에 머물렀다. 한 시즌 절반 이상을 소화한 시즌이 세 차례(2015년, 2018년, 2020년)에 불과하다.
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활약한 뒤 전력 분석원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선수로서 제대로 불꽃을 태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 친정팀 LG가 손을 내밀었다.
이성우는 백업 포수로서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데뷔 첫 끝내기와 만루포, 결승 홈런까지 장식했다.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3-10으로 뒤진 9회 말 2사 후 타석이 마지막 경기였다. LG의 올 시즌 마지막이자, 이성우의 선수 생활 마지막 경기·타석이었다.
프로 통산 성적은 620경기에서 타율 0.222·7홈런·75타점이다. 이성우는 "정말 행복하게 은퇴한다"고 웃었다.
-은퇴 소감은. "정말 후련하다. 그동안 후회 없이 달려왔다. 미련은 남지 않는다. 원 없이 야구했다. 다만 추격조 투수들이 장점을 살려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준PO 3차전이 사실상 은퇴 경기였다. "어떤 선수보다 행복하게 마무리한 것 같다. 정말 마지막 타석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내 야구 인생이 마무리되는구나'라고 여겼다. 그런데 9회 초 수비 때 코치님이 '9회 말 2아웃에서 무조건 타석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일러주셨다. 슈퍼스타를 제외하곤 정말 가장 행복한 은퇴가 아닌가 싶다. 팬들도 박수를 많이 보내줘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정규시즌 홈 마지막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주장 김현수가 낸 아이디어였다. 그라운드에서 사진을 찍으러 가자길래 영문도 모르고 따라갔는데 날 위한 자리였다. 라커룸에선 불 다 끄고 특별 케이트를 들고 와서 주더라. 감동적이었다."
-은퇴 결정에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준PO 3차전 후에 라커룸에서 영상통화를 했다. 먼저 아내가 울었다. 두 아들까지 대성통곡을 하더라. 둘째 아들은 '아빠 야구 계속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 나도 눈물을 쏟을 뻔했지만 라커룸에 있어 참았다. 처음에는 둘째 아들에게 '야구 선수 아버지 이성우'를 보여주려 더 뛰었는데, 이제는 내가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앉아있는 모습만 보고선 아빠인 줄 알아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만루 홈런도 있지만, 2019년 6월 21일 잠실 KIA전에서 친 끝내기 안타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경기였다. 아직도 찾아본다. 덕분에 (끝내기 영상) 유투브 조회수를 내가 많이 올렸을 거다. 내가 주인공으로 남은 경기가 거의 없었는데 그날은 제가 끝내기를 쳤으니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공식이지만 데뷔 첫 최고령 끝내기 안타 기록으로 알고 있다. 자랑스럽다. 추신수(SSG)가 계속 뛰면 기록이 깨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계속 갖고 있었으면 한다."
-2000년 LG 입단 후 1군 무대를 밝기까지 8년이 걸렸다. "2007년 7월 17일 SK에서 1군에 등록됐다. 전반기 마지막 3경기를 남겨둔 시점이었는데 두 경기는 우천 취소됐고, 한 경기는 못 나갔다. 2008년 KIA로 트레이드 되고 5월 7일 대수비로 처음 출전했다."
이성우는 날짜와 상대팀까지 정확히 기억했다. 그는 "스무 살부터 잘리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밤 새기도 했다"면서 "방출 소식을 듣고 엄청나게 울었다. 밑바닥부터 열심히 하다 보니 운이 따라줬다"고 회상했다.
-이성우에게 LG란. "'감사하다'는 말로 부족하다. 2018년 12월 다소 늦게 팀(SK)을 떠난 뒤 정말 오갈 때 없었다. 아마추어 지도자 준비까지 고민하던 중에 연락을 받고 입단하게 됐다. 특이하게 한 번 떠난 팀을 베테랑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내 프로 야구 인생의 처음과 끝을 함께 했다."
-류지현 LG 감독과 전임 류중일 감독까지 모두 '이성우는 코치가 되어도 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단 지도자 생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어느 곳이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분간 가족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아이들 유치원 등하교시키고, 아내 가게 일도 도와 과일즙도 짜고 있다. 아내와 떨어져 5년을 지냈다. 그동안 육아를 도맡아 해 미안했다. 본격적인 새 출발을 하기 전까지 아내랑 데이트도 다녀오고 5년간 떨어져 지낸 가족에게 올인할 계획이다. 백수여서 시간은 많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온 잡초라고 생각한다. 잡초는 쉽게 안 죽지 않나. 나도 밑에서 열심히 다시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