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정우영(32·알사드). [사진 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6차전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다. 한국(4승 2무·승점 14)은 이란(5승 1무·승점 16)에 이어 조 2위에 자리하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청신호를 켰다.
이날 경기에서 두 명의 정우영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큰 우영’ 정우영(32·알사드)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황인범(25·루빈 카잔)과 함께 중원에서 빌드업(공격 전개)에 충실했다. 수비라인과 공격라인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대표팀 연계 플레이의 허리를 책임졌다. 소속팀이 있는 도하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정우영의 움직임이 날렵했다.
특히 정우영의 패스 능력이 돋보였다. 축구 통계사이트 ‘FotMob’에 따르면 정우영은 이날 경기서 패스성공률 96%(101번 시도 97번 성공)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패스에 성공했다. 롱패스도 10개 중 8번 성공했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 조규성(김천 상무) 등 공격수들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건네주며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팀의 1차 방어선 역할에도 충실했다. 전반 19분 이라크 역습 때 침투하는 상대 선수의 공격을 끊어내는 등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가로채기도 2회 성공했다. 정우영이 앞선에서 막아주자 김민재(페네르바체), 권경원(성남) 등 포백 라인이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수 있었다.
정우영은 지난 9월 A매치 기간 귀국 도중 비행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서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손준호(산둥)가 황인범(루빈 카잔)과 함께 중원에서 활약했으나 정우영만큼의 활약은 아니었다. 결국 대표팀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은 이라크와 레바논을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우영이 복귀한 10월 최종예선부터 대표팀의 경기력이 좋아졌다. 정우영이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으로 연계 플레이와 수비 가담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팀 허리 라인에 안정감이 생겼다. 대표팀은 10월부터 3승 1무의 호성적을 거뒀다. 경기를 치를수록 정우영은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 정우영(22·프라이부르크). [사진 대한축구협회] ‘작은 우영’ 정우영(22·프라이부르크)은 후반 교체 투입으로 피치를 밟았다. 이날 대표팀의 선제골을 넣은 이재성(마인츠)과 후반 20분 교체됐다. 지난 11일 아랍에리미트(UAE)와 치른 최종예선 5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A매치 출전이다.
정우영은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다. 후반 34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상대 문전에서 수비수들의 시선을 끈 뒤 황희찬에게 공을 건네줬다. 황희찬은 자신이 직접 슈팅을 하기보다는 근처에 있던 정우영에게 밀어줬고, 패스를 받은 정우영은 침착한 슈팅으로 이라크 골망을 흔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작은 우영'의 A매치 데뷔골에 '큰 우영'도 기뻐했다. ‘큰 우영’ 정우영은 경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작은 우영’ 정우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우리 우영이 데뷔골 축하 기념”이라는 글과 함께 올리며 훈훈한 모습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