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치솟던 주택시장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불안 심리가 꺾였다고 판단했다. 이에 민영주택 공급을 늘리고 규제는 더 강화해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가격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대출이 막히고 내년 대선까지 겹치면서 '관망 중'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출 규제 '약발' 먹히나
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3차 사전청약 개시 및 민영주택 사전청약 계획, 최근 전세 시장 동향, 지방 저가주택 투기 단속방향 등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하던 불안 심리에 상당한 변화가 보인다"며 "(다양한 통계 외 지표를 볼 때) 매물은 늘어나고 매수심리는 둔화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에도 본격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말마따나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주춤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매매 수급지수는 이달 둘째 주 4·7재보궐선거 이전 수준인 100.9로 하락했다. 10월 전국 주택가격 매매 동향 역시 전국 기준 0.88%를 기록해 전월인 9월 0.92%보다 오름세가 소폭 둔화했다.
KB매수우위지수도 10월 첫째 주 매도우위로 전환된 후 이달 둘째 주 68.6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인상 기조로 전환하고 시중은행을 통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잦아들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측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 기조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관망세…"대선 따라 달라질 것"
그러나 이런 상승폭 축소를 일시적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지표의 상승폭이 둔화하긴 했으나 가격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자신을 일시적 2주택자라고 밝힌 A 씨는 "정부가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 같지 않다. 여전히 신고가는 나오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부동산 불안 심리가 꺾였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강남이나 용산 등의 수도권 인기 지역은 여전히 신고가가 경신되는데 가격이 안정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을 사들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내년 예정된 대선을 기점으로 집값이 다시 튈 것으로 봐서다.
이미 경기도권에 아파트를 보유한 B 씨는 최근 강북 지역 6억원 이하 주택 매수를 고민 중이다. 그는 "지금은 정부가 대출도 막고 규제도 강화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 이후 다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다. 나는 정부 방침과 반대로 가야 돈을 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B 씨는 여권이 당선되면 지금까지 집값이 올랐던 학습효과로 집값이 오르고, 반대로 야권이 당선되면 규제 완화 기대심리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당근과 채찍…총력전 예고한 정부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분위기를 굳히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지방 저가주택을 매집하는 행위에 대한 전수조사에 지난 11일부터 착수했다"며 "시장교란 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등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의 월평균 거래량은 올해 들어 9월까지 3만4000건을 기록했다. 2019년 2만건, 지난해 3만건과 비교하면 거래량 증가폭이 크다. 홍 부총리는 이상 거래를 선별하겠다는 각오다.
동시에 시장에는 공급을 늘려 주택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달 말부터 민간부문 10만7000호 중 청약 대기자 사이에 인기가 많은 서울 인근 도심지를 중심으로 한 첫 민영주택 사전청약 6000호 물량을 확정하고 발표할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연말까지 보름 내외 간격으로 총 3회의 사전청약을 추가 실시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지속 제공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오늘부터 3기 신도시 등 3차 사전청약 4000호 모집공고가 공개된다"며 "1차 9만3000명, 2차 10만명을 기록한 사전청약 신청 열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