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T 투수 고영표가 7회말 등판 역투하고 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11.18. 고영표(30·KT 위즈)는 정규시즌 막판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선발 등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KT는 삼성과 1위 경쟁 중이었고, KS 직행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고영표는 올 시즌 내내 KT 선발진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그가 9월 한 달 동안 나선 4경기에서 3승·평균자책점 0.27를 기록하며 좋은 컨디션을 보이자, 이강철 KT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1선발로 내세우지 않으면 내가 욕을 먹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퀄리티스타트와 내 성(고)를 합쳐 '고퀄스'라는 별명을 팬분들이 붙여주셨다. KS에서도 그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고영표는 KS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불펜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헐거워진 6~8회를 막기 위해 고영표를 불펜 투수로 활용했다. 다른 국내 투수 소형준은 두산전에 매우 강했고, 배제성은 구원 등판 경험이 적었다.
우려가 있었다. 일단 순리를 벗어난 마운드 운영이 상대와의 기 싸움에서 불리하기 작용할 수 있었다.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구원 등판한 고영표가 부진하면,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을 게 뻔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읜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고영표는 KS에 등판한 3경기에서 임무를 잘 수행했다. 15일 2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서 1과 3분의 2이닝 1실점, 17일 3차전은 7회 등판해 2이닝을 막아내며 마무리 투수 김재윤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
KT는 1~3차전을 모두 이기며 통합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고영표는 18일 4차전까지 나섰다. 팀이 6-3으로 앞선 7회 말 마운드에 올라, 상대 주축 타자 허경민·박세혁을 범타 처리했다. 안재석에게는 2루타를 맞았지만, 정수빈의 안타성 타구를 KT 중견수 정수빈이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 경기는 1이닝 무실점.
KT는 6-3으로 앞선 8회 초 공격에서 제라드 호잉이 우월 투런 홈런을 치며 점수 차를 벌렸다. KT는 리드를 지켜내며 8-4로 승리, 창단 첫 KS 우승과 통합 우승을 해냈다.
이강철 감독의 의도대로 KT의 6~8회는 견고했다. 고영표는 비록 선발로 나서진 못했지만, 팀 우승에 기여하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강철 감독이 선택이 선수를 빛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