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로또'라 불리는 아파트 분양에 성공하고도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해 입주하지 못한 세대가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A씨는 내년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자칫 잔금을 치르지 못할 수 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보니 계획도 다 엉망이 되는 기분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물론 주변 지인에게도 부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주요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카페 등에는 어렵게 분양을 받았는데 대출 규제로 잔금을 치를 수 없을 것 같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재테크 카페 회원인 B씨는 지난달 15일 '아파트 입주 대출…고민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씨는 "우주의 기운을 받아 분양을 잘 받았지만, 아파트 입주 단금 대출때문에 요즘 너무 힘들다"며 "중도금까지는 어떻게 마련했는데 이제 이게 문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세종 어울림 파밀리에 센트럴' 일부 입주예정자들이 집단으로 잔금 대출을 일부 은행에서 약속 받았으나, 선착순으로 바꾸면서 아파트 계약 취소에 몰렸다면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인 주택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미입주 사유 중 '잔금대출 미확보' 응답이 34.1%에 달했다. 전달(26.7%)과 비교해 7.4%포인트 급등했다. 자신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사람 100명 가운데 34명은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는 주택산업연구원이 2017년 6월부터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월간 단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비율이 30%를 넘은 것은 작년 7월(33.3%)과 지난 2월(32.1%) 두 차례뿐이었다.
앞으로도 팍팍하다.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는 잔금대출도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대출 한도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부터 신규 취급되는 대출은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DSR 적용대상이 된다. 다만 잔금대출의 경우 DSR 시행일 전에 입주자 모집공고가 있었다면 공고일 당시 규정을 적용한다. 분양 당시의 기대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사실상 실수요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렵게 내집장만을 한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으면, 서민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