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악관 방문 등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5년 만에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부회장은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만나 반도체 2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투자를 사실상 결정하고 백악관 측에 이를 알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23일 혹은 24일에 귀국하는 대로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개인 기업 수장으로 이례적으로 백악관에 초청을 받아 ‘반도체 공급망’ 등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도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부지를 조만간 발표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곳은 삼성의 기존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테일러시가 꼽힌다. 오스틴에 인접한 테일러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약속하며 삼성의 170억 달러(약 20조원)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삼성전자와 인센티브 협상을 벌여온 테일러시, 테일러시 독립교육구, 윌리엄슨 카운티 등 3곳 모두 인센티브 조치를 승인해 최종 판세는 테일러시로 기운 형국이다. 이외에 애리조나 인근 굿이어 및 퀸크리크, 뉴욕의 제네시카운티 등 3개 도시도 삼성전자 공장 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인텔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공장 증설은 꼭 필요하다. 특히 TSMC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 애리조나에 6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투자 규모를 종전 133조원에서 171조원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 이 부회장의 가석방 때는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240조원(국내 180조원)으로 확대하겠다며 투자 규모를 더욱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