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최근 개막한 미국 LA오토쇼와 중국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신형 전기차를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두 국가에서 친환경차 판매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차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1 LA 오토쇼’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세븐’과 ‘더 기아 콘셉트 EV9’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두 모델 모두 미국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대형 SUV로 테슬라·루시드·리비안 등 현지 전기차 회사들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세븐은 2024년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7의 기반이 되는 차다. 앞 좌석은 180도 회전이 가능한 의자, 뒷좌석은 ‘ㄱ’ 자형 벤치가 적용돼 실내가 거실처럼 꾸며졌다. 천장에는 77인치 대형 멀티스크린이 설치돼 승객이 영화와 스포츠 같은 다양한 콘텐트를 각자 즐길 수 있다. 대형 SUV 모델답게 널찍한 내부 공간도 자랑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선형의 루프 라인과 3.2m의 긴 휠베이스, 3열까지 이어진 플랫 플로어가 넓은 공간을 연출한다”며 “마치 프리미엄 라운지와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아디자인담당 카림 하비브 전무가 17일 열린 '2021 LA오토쇼에서 ‘더 기아 콘셉트 EV9’을 소개하고 있다. 기아 제공 더 기아 콘셉트 EV9 역시 2023년 출시될 EV9의 바탕이 되는 차다. 운전대는 자율주행 모드일 때는 좌석 앞 공간으로 들어갔다가, 직접 운전할 때는 올라오는 팝업형이다. 앞 좌석을 뒤로 돌리고 2열 좌석을 테이블로 변형시켜 승객들이 둘러앉을 수 있다. 또 3열 좌석을 뒤로 돌려 외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 모터쇼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미래 전기차가 등장했다면, 중국 모터쇼에서는 당장 판매 전선에 뛰어들 전기차가 등장했다. 떨어진 점유율 회복을 위한 승부수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개막한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제네시스가 중국에서 전동화 모델을 최초 공개한 것은 지난 4월 열린 '2021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G80 전동화 모델'을 선보인 데 이어 두 번째다.
기아는 이번 광저우 모터쇼에서 전기차 EV6를 공개했다. 기아는 내년 말에 EV6와 EV6 GT 모델을 중국에서 출시해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이번 모터쇼를 발판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2년만 하더라도 중국 시장 점유율이 10%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3%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현대차 '2021 광저우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현대차 제공 분위기 반전을 위해 택한 것이 친환경 차다. 중국은 친환경 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자동차(승용차+상용차)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141% 늘었으며 판매 비중은 18.5%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탄소 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전체 차량 중 친환경 차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 EV6 등이 현지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떨어진 점유율도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미국과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전기차 모델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 핵심 시장인 두 나라에서 현대차그룹의 '야심작'들이 향후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