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2일 2022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2022 프로야구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 FA 자격자 명단에 양의지(34·NC 다이노스)가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과거 국가대표팀 합류가 며칠 늦어졌던 일 때문에 자격 규정에서 단 하루가 모자라 FA 자격을 얻지 못했을 뿐이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는 2019년 NC와 4년 계약을 맺고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양의지는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FA 등록일수 보상 혜택을 통해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수준까지 등록일수를 채워왔다.
KBO는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에게 FA 등록일수를 보상으로 준다. 이 제도는 2009년 처음 시행됐고, 한 차례 변화를 거쳐 현재 규정상으로는 대표팀의 대회별, 성적별로 포인트(동일 일수로 치환)를 산정해 선수의 등록일수를 보상한다.
양의지는 2015년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대표팀에 쭉 소집됐다. 그가 출전한 2015년 프리미어12(28일),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8일), 2018년 아시안게임(25포인트), 2019 프리미어12(준우승 30포인트와 올림픽 본선 진출 30포인트), 2021년 도쿄올림픽(10포인트)을 합치면 모은 등록일수가 151일에 달한다. FA 자격요건 1년 기준인 145일을 넘긴다.
이미 지난해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등록일 보상이 시작된 2009 WBC 때부터 대표팀 단골이었던 김현수는 145일을 한참 전에 넘기면서 지난해 FA 계약 3년 만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LG 구단 측이 잔여 계약 권리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었고, 김현수 측도 다음 계약 때 3년 계약을 맺은 후 재취득 때 사용하겠다고 보류해 발동되지 않았다.
그런데 양의지는 김현수와 상황이 또 달랐다. 일간스포츠가 KBO에 확인한 결과, 양의지가 쌓은 보상일수는 151일이 아닌 144일이었다.
2015년 프리미어12가 변수였다. 당시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했던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은 다른 대표팀 선수들에 비해 일주일 늦게 훈련에 합류했다. 두산 소속이었던 양의지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그의 총 등록일수 혜택이 144일로 줄어들었다. 자격요건 1년에 해당하는 145일을 단 하루 차이로 채우지 못하게 됐다.
물론 자격 요건을 채웠다 해도 양의지가 FA 자격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현수의 경우처럼 FA 자격이 주어지더라도 구단이 계약을 해지해야만 실행할 수 있다. KBO리그의 인위적인 FA 기준 때문이다.
계약이 끝나면 문자 그대로 자유계약이 되는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KBO는 4년이 지나야 FA 권리 재취득이 가능하다. MLB 선수들은 계약 중도 해지(옵트 아웃) 권리를 계약에 추가해 향후 더 큰 계약을 노린다. 트레버 바우어(LA 다저스)처럼 매년 옵트 아웃 권리를 계약에 포함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반면 KBO는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FA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옵트 아웃을 넣기 어렵다. 지난 2020년 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할 때 2년 후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 권리를 넣었지만, 2년 후 잔류 여부를 구단과 합의해야 하는 상호 옵션(mutual option) 형태였다. 옵트 아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등록일수 보상은 결장 시즌의 빈자리를 채우는 반쪽짜리 혜택에 불과하다.
문제는 향후 국가대표 FA 등록일수 보상으로 FA 선언을 앞당길 수 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박민우(70일), 박종훈(85일), 박건우(98일) 등 젊은 선수들이 향후 국제대회 출전과 성적에 따라 145일을 넘길 수 있다. FA 권리 행사 문제가 앞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2년 연속 비슷한 경우가 나온 만큼 국가대표 FA 등록일수 보상 규정의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가대표 혜택은 정상급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석하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인이어야 한다. 등록일수만으로 계산하던 2017년 이전의 경우, 양의지처럼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변수는 참작해 조정할만하다. 국가대표 혜택에 한하여 3년 후 FA 권리와 함께 옵트 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45일 이상을 모아 선수가 FA 권리를 독자적으로 선언할 수 있어야 국가대표 혜택이 반쪽이 아닌 '진짜' 당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