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퇴한 김용의(36)는 지난해 12월 LG 트윈스와 1년 총액 2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뒤 "정말 행복하다. 구단에서 내게 FA 선수라는 훈장을 달아줬다.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감격해 했다.
나성범과 김현수·김재환·박건우·박해민·백정현 등 대어가 쏟아진 2022 FA 시장에 인생 역전 스토리를 쓴 베테랑이 있다. 육성 선수 출신으로 30대 중후반에 감격스러운 첫 FA를 획득한 롯데 자이언츠 정훈(34)과 KT 위즈 허도환(37)이다.
정훈은 2006년 육성 선수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고 이듬해 방출됐다. 육군 9사단에서 박격포병으로 복무한 그는 전역 후엔 다른 직업을 알아보다 고교 시절 은사의 권유로 모교 야구 코치를 맡았다. 그러다가 지인 추천으로 롯데의 육성 선수 테스트에 지원해 통과했다.
그는 2010년 프로 데뷔했고, 2013~2016년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꽃길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롯데는 정훈의 수비가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외국인 2루수(앤디 번즈)를 영입했다. 하루아침에 백업으로 밀려난 그는 이때부터 1군에서 살아남고자 안간힘을 썼다. 2루수뿐만 아니라 1루수·외야수 수비를 준비, 글러브를 세 개씩 챙겨 다녔다. 또 현재의 레그킥 타격 자세를 완성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팀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니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타석에 설 기회가 적었을 때 (코치진에) 임팩트를 주려면 장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주전으로 재도약한 정훈은 '팔방미인'이 됐다. 내·외야를 오가며 팀 약점을 메우고, 올 시즌에는 135경기에서 타율 0.292·14홈런·79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올해 롯데에서 4번 타자(201타석)로 가장 많이 나섰다. 2년 연속 3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기록했고, OPS 0.800을 넘겨 타격 기량을 확인했다. C등급을 받아 보상 선수 없이 직전 시즌 연봉의 150%, 1억 5000만원만 보상금으로 지급하면 된다. 서른 중반에도 매력적인 FA 자원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허도환은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 딱 한 경기만 뛰고 방출됐다.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마친 뒤 어렵게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입단 테스를 기회를 얻었다. 2013년 잠깐 주전 포수로 활약한 그는 이후 몇 차례나 팀을 옮기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 2015년 넥센에서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됐고, 2017시즌 종료 후에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이적했다. 2019년 11월에는 트레이트를 통해 KT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허도환은 백업 포수다.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2013년(116경기) 한 번뿐이다.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통산 타율 0.214)이 약하다. 하지만 올 시즌 6년 만에 100타석 이상을 소화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으나 개인 한 시즌 최고 타율(0.276) 최다 타점(21개)을 기록했다. 주전 장성우의 백업 포수로 뛰며 KT의 통합 우승에 일조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나도 이 정도까지 잘해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FA 계약 해야 할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