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32)은 2008년 LG 트윈스 육성 선수로 입단해 딱 1타석만 들어서고 방출됐다. 육군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2011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테스트를 거쳐 입단했고, 신인상(2012년)과 MVP(2014년) 수상으로 '육성 선수 신화'를 썼다. 프로 입단 14년 만인 이번 겨울, 처음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서건창은 스스로 연봉을 낮춰 FA 계약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지만, 지금까지는 생각대로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서건창의 2020년 연봉은 3억5000만원이었다. 당시 소속팀 키움은 3억2000만원을 제시했다. 서건창은 오히려 연봉을 더 삭감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전년도 연봉에서 35.7%가 깎인 2억2500만원에 사인했다.
FA 등급제를 의식해 A등급이 아닌 B등급을 얻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력으로 보였다. A등급인 선수를 영입하려면 그 선수의 직전 시즌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시즌 연봉 300%를 원 소속 구단에 보상해야 한다. 반면 B 등급은 직전 시즌 연봉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200%로 보상 수준이 내려간다.
서건창은 당시 "혼자서 결정한 건 아니고 에이전시와 상의해서 했다. 좀 더 선수로서 나은, 앞을 위해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서건창의 계산은 7월 말 LG로 트레이드 되면서 틀어졌다. 지난 22일 KBO가 발표한 FA 명단에서 서건창은 A등급으로 분류됐다. KBO는 신규 FA의 경우 구단 내 최근 3년간의 평균 연봉 및 옵션 수령 금액을 순위로 매겨 등급을 매긴다. 서건창은 키움에서 계속 뛰었더라면 B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LG로 옮기면서 등급이 바뀌었다. 우승에 도전한 LG는 취약 포지션인 2루수 보강을 원했고, 한현희와 안우진이 방역수칙 위반으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키움은 가을 야구를 위해 선발 투수 보강이 필요했다.
LG로 옮긴 후 서건창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이적 후 68경기에서 타율 0.247·2홈런·24타점에 그쳤다. 올 시즌 전 경기에 나섰지만, 타율은 0.253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낮다. 출루율도 0.350에 그친다. 수비 이닝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최근 2년 연속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해 에이징커브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크다.
LG가 포스트시즌에서 우승 목표를 달성했더라면 개인 성적이 다소 부진해도 FA 협상이 순풍을 탈 수도 있었겠지만, 두산 베어스에 밀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대부분 팀이 주전 2루수를 확보하고 있는 점도 불리하다.
비교적 내부 FA에 후한 차명석 LG 단장도 "일단 서건창 측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또 다른 내부 FA인 "김현수는 반드시 잡는다"는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