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32) 없이도 '일본 빙속 간판' 고다이라 나오(35)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고다이라는 12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1~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500m에서 36초76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1000m에서는 1분12초51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월드컵 대회에서 고다이라는 500m와 1000m 모두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데일리 스포츠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고다이라는 "점점 감각이 좋아지고 있다. 월드컵에서 여러 선수와 같은 조에서 경쟁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다이라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이상화를 누르고 금메달을 땄다. 이상화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가 끝나고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서로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를 장식했고,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장면으로 역사에 남았다.
고다이라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선 12위,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선 5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2014년부터 네덜란드로 건너가 훈련하면서 급성장했다. 그리고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반면 이상화는 천재였다. 밴쿠버 올림픽,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3년 11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36초36으로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고다이라는 세 살 어린 이상화를 롤모델로 삼았고, 둘은 아주 친한 사이가 됐다. 고다이라는 평창 올림픽 당시 이상화와 기자회견에서 "상화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간다면 나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오랜 무릎 통증에 시달린 이상화는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고, 지난 2019년 5월 빙판을 떠났다.
이상화의 은퇴를 안타까워 한 고다이라는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여전히 차가운 빙판을 달리고 있다. 이상화 없이도 베이징 올림픽에서 활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때처럼 여자 500m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4번의 월드컵 대회 500m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 등을 땄다. 500m는 각 월드컵에서 1, 2차 레이스를 펼친다. 1000m에선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