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SSG 랜더스는 새 외국인 타자로 케빈 크론(28) 영입을 발표했다. 사흘 뒤 삼성 라이온즈는 새 외국인 투수로 앨버트 수아레즈(32) 계약을 공식화했다. 모두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뛰었다. 롯데 자이언츠 입단이 임박한 투수 글렌 스파크먼(29)도 NPB 오릭스 버팔로스 출신이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적지 않은 국내 구단이 일본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달 초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노사 합의(CBA) 불발로 31년 만에 직장 폐쇄(lockout)에 들어갔다. 새 CBA가 체결되기 전까지 리그 내 모든 행정 업무가 중단됐다. 40인 로스터 내 선수 이동이 막혀 국내 구단이 영입할 수 있는 후보군이 줄어들었다.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다. KBO리그 내 몇몇 구단은 미국 시장을 살피면서 NPB 동향도 체크하는 '투 트랙'을 활용하고 있다.
B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일본에서 뛴 선수는 아시아리그를 한 번 경험해 적응에 큰 우려가 없다"며 "호세 피렐라와 데이비드 뷰캐넌(이상 삼성)처럼 NPB 출신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있다. 또 NPB에서 재계약이 불발된 선수들은 KBO리그에서도 실패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간절한 마음으로 악착같이 한다"고 했다.
2017년 5월 SK 와이번스(현 SSG)와 계약한 제이미 로맥은 2016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홈런을 한 개도 못 치고 퇴출당했다. KBO리그에 올 때 우려가 컸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했고 팀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그 결과 5년간 홈런 155개를 기록한 '장수 외국인 타자'가 됐다.
C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KBO리그보다 NPB의 수준이 높으니까 (일본에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잘할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다"고 했다. D 구단 단장은 "무엇보다 일본 팀과 경쟁을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영입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NPB 구단과 경쟁해야 한다. 반면 일본에서 재계약이 불발된 선수들은 NPB 내 다른 구단의 관심이 많지 않다.
올 시즌 뒤 오릭스에서 퇴단한 스티븐 모야(30)는 관심 있게 지켜볼 선수다. 지난해 오릭스에서 뛰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활약한 아델린 로드리게스(30)도 마찬가지다. C 구단 스카우트는 "모야는 한 방이 있다. 삼진이 조금 많지만 시원하게 돌리는 스타일이다. 아델린은 워낙 트리플A 성적이 좋다. 다양한 구종에 대처가 가능하다. 1루수가 필요한 구단에 적합하다"며 "NPB 출신 외국인 선수가 더 유입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