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3개 부문(TV시리즈 드라마 작품상·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미국 영화계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 영화상의 양대 산맥으로 꼽는 골든글로브에 할리우드의 반응이 차갑다. 골든글로브는 인종 및 성차별 논란, 부정부패 의혹이 있음에도 시상식 강행 의지를 보이자 미국 영화·방송업계의 보이콧에 직면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14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제79회 시상식 후보작과 후보 감독, 배우 등을 공개했다. 그동안 골든글로브는 미국 최고의 영화 권위상인 아카데미의 풍향계로 인식됐지만, 올해 후보 발표 행사는 할리우드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 치러졌다. 주요 방송사들이 예년 같으면 통상 오전 시간대에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편성했으나 올해는 방송하지 않았다. 스타들이 등장해 후보를 발표했던 무대에는 래퍼 스눕독만이 홀로 섰고 초라한 유튜브 생중계로 대체됐다. 후보로 지명된 감독과 배우들의 흔한 소감 발표조차 없었다.
AP통신은 할리우드 대부분의 스튜디오, 홍보 대행사, 최고의 배우들이 이번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에 냉담했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영화 매체인 데드라인은 “HFPA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LA타임스는 “할리우드의 반응은 집단적 침묵이었다”고 전했다.
78년 역사를 자랑하는 골든글로브는 지난 5월 보이콧 대상에 올랐다. 백인 위주의 회원 구성과 성차별 논란, 불투명한 재정 관리에 따른 부정부패 의혹까지 불거졌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고객으로 둔 100여 개 홍보 대행사는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고 주요 제작사들도 보이콧에 동참했다. 매년 시상식을 생중계한 NBC 방송도 내년 1월 9일 행사를 송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파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HFPA는 이날 후보 발표를 하며 내년 시상식을 어떻게든 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헬렌 호니 회장은 “우리는 과거에 늘 해왔던 것처럼 후보를 지명하고 상을 나눠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