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장비의 발전은 의학 발전의 척도다. 확실한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수의학도 마찬가지다. 보호자들 중의 상당수는 실제로 첨단 장비가 갖추어져 있는 병원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대화로 증세를 확인할 수 없는 동물의 특성상, 정확한 진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포 구래동 메디엘동물병원에 중성화 수술을 위해 입원한 고양이 루이(6개월/숫컷)는 수술 전 검사에서 심장 이상이 발견됐다. 이민수 원장은 중성화 수술을 마친 후, 루이가 마취에서 깨어나기 전에 심장 초음파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 원장은 “엑스레이 상에서 우심방이 비대해진 소견이 보여, 내부 해부학적 문제를 파악하고자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고, 심방중격결손을 확인했다”며 “반려동물의 경우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질환인데, 루이는 운이 좋은 경우다”고 설명했다.
심방중격결손은 선천적인 심장 질환으로 좌심방과 우심방을 나누는 중격에 구멍이 남아 좌심방에서 우심방으로 혈류가 새는 증상이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는 심장이 작고 초음파에 잘 잡히지 않아 고사양의 초음파 장비로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 원장이 고사양, 고해상도의 영상 장비를 고집하는 이유다.
반려동물의 영상 장비 검사는 쉽지 않다. 특히 초음파 검진은 마취 없이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여러 변수가 발생한다. 손이 많이 가고 그만큼 시간이 많이 든다. 자세를 바꾸는 것을 조절하기도 어렵고, 숨을 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검사 시간을 단축하는 기능이나, 영상을 최적화하는 오토 스캔 방식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고사양 장비가 이러한 한계를 줄여줄 수 있다.
그러나 작은 동물병원에서 고가의 장비를 두루 갖추긴 쉽지 않다. 실제로 필립스 초음파 어피니티50(Affiniti50) 와 같은 고해상도 장비가 보급된 동물병원은 국내 30% 정도다. 최근에는 반려인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를 도입하려는 병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반려동물의 초음파 진단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지만, 주로 복부 장기 이상, 심장병, 자궁, 전립선 이상 유무 등을 판별한다.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동물의 초음파 검진에 앞서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한 상황을 감안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검진이 예약 되어 있는 경우, 평소 미용을 하는 곳에서 미리 제모를 하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