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오른손 선발 투수 배제성(25)은 2020년까지 왼손 타자에게 약했다. 등판한 78경기에서 피안타율 0.313(162피안타)를 기록했다. 피출루율은 무려 0.400.
오른손 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0.226로 강했다. 하지만 이런 편차 탓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잘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왼손 타자가 나오면 구원 투수와 교체됐다. 두산 베어스와의 지난해 플레이오프(PO) 4차전이 대표적이다. 실점 없이 1·2회를 막았지만, 3회 말 2사 1루에서 왼손 타자 정수빈이 나서자, 마운드를 조현우에게 넘겨야 했다.
배제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내가 믿음을 주지 못한 탓에 PO에서 조기 강판당한 것"이라며 "왼손 타자에게 더 강해져서, 감독님에게 신뢰를 받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그리고 2021 정규시즌에서 자신의 말을 지켜냈다. 3할대였던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0.218까지 떨어뜨렸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0.259)보다도 낮았다.
배제성은 "작년까지는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 무기 슬라이더를 구사할 때도 제구력을 너무 많이 신경 썼다. 하지만 올해는 내가 타자를 공격하는 투구를 한다. '칠 테면 쳐봐라'라는 각오로 던졌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배제성은 개막 초반까지 왼손 타자 상대 몸쪽 제구가 흔들렸다. 슬라이더도 너무 빨리 떨어져서, 포수가 공을 놓치는 장면도 많았다. 이때 박승민 투수 코치로부터 "더 강하고 과감한 팔 스윙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았고, 이를 마운드 위에서 실천하면서 승부에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배제성은 이제 왼손 타자를 상대로 구종과 로케이션을 가리지 않는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쓰는 승부도 많아졌다. 배제성은 "2020시즌보다는 포심패스트볼(직구) 구위가 더 좋아졌다. 덕분에 왼손 타자 상대 변화구 효과도 더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왼손 타자 상대 약세를 극복하며 얻은 교훈을 오른손 타자와의 승부에서 녹여볼 생각이다. 배제성은 "그동안 오른손 타자에게 몸쪽 승부를 잘 하지 않았다. 사구로 '공짜' 출루를 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왼손 타자와의 승부를 통해서 '타자의 머릿속(예측)을 흔들어야 효과적인 투구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시즌에는 더 적극적인 몸쪽 승부를 펼치는 배제성의 투구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