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 10개 부문 예비후보 명단(쇼트리스트)에 따르면 국제장편영화 부문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프랑스 출품작 '티탄(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1차 예비후보 선정에서 탈락했다.
이번 국제장편영화 부문에는 '드라이브 마이 카'(일본), '플리'(덴마크), '핸드 오브 가드'(이탈리아), '히어로'(이란),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노르웨이)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한국의 출품작인 '모가디슈' 역시 아쉽게 탈락했다.
영화의 발상지이자 유럽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티탄'은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영화제, 시체스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극단적인 폭력성과 왜곡된 성적 취향을 다룬 영화인 만큼 평단에서도 작품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특성을 지닌 칸영화제는 이를 예술성으로 인정한 반면, 보수적인 영화제로 유명한 아카데미는 본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한 것.
AFP 통신은 '티탄'을 두고 "쇠붙이에 성적 본능을 느끼는 연쇄살인마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욕망과 본성, 젠더 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뤘다"며 "극단적인 폭력을 담은 '티탄'이 아카데미 유권자들에게는 무척 논쟁적인 영화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티탄'은 국내에서 개봉 2주일 만에 누적관객수 1만명을 돌파하며 시네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로 극장 영업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는 가운데에도 소수의 상영관에서 관람을 진행, "시네마틱 페티시를 자극한다"는 평을 이끌어내며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티탄'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던 여성이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다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던 슬픈 아버지와 조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