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 24일 포수 강민호(36)와 FA 계약을 마쳤다. 이번 겨울 최대 난제였던 강민호 잔류에 성공하면서 전력 약화를 피했다. 눈길을 끄는 건 계약 규모다. 삼성은 4년, 최대 36억원에 합의를 끌어냈다.
앞서 FA 계약한 포수 최재훈(32·한화 이글스) 장성우(31·KT 위즈)와 비교하면 총액이 낮다. 최재훈은 5년, 최대 54억원, 장성우는 4년 최대 42억원에 잔류했다. 강민호는 올 시즌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국가대표 안방마님. 한 구단 관계자는 "강민호의 나이를 고려해도 총액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했다.
삼성은 합리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FA 계약에서 차지하는 계약금 비중을 30%대로 확 낮췄다. 강민호는 36억원 중 계약금이 12억원으로 총액 대비 33.3%다. 지난 15일 내부 FA 계약한 투수 백정현도 최대 38억원 중 계약금이 36.8%(14억원)로 40%를 넘지 않는다. 계약금을 30%대로 유지하니 계약 총액도 그만큼 줄었다. 선수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일 수 있지만,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았다.
이번 겨울 프로야구 FA 시장은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총액 100억원을 넘긴 계약만 벌써 5개 터졌다. 지난 17일 LG 트윈스에 잔류한 김현수는 4+2년, 최대 115억원에 사인했다. 4년이 지난 뒤 구단과 선수 합의로 추가 2년이 적용되는데 첫 4년 총액이 90억원. 이 중 계약금이 50억원으로 연봉 총액(40억원)보다 더 많다.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잔류한 김재환의 조건은 4년, 최대 115억원. 인센티브 5억원을 제외하면 연봉(55억원)과 계약금(55억원) 비율이 1대1이었다.
지난 24일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손아섭은 4년, 최대 64억원에 합의했다. 계약금이 26억원으로 총액 대비 40.6%. 인센티브를 제외하면 총액 대비 계약금 비율은 46.4%까지 올라간다. 연봉과 달리 계약금은 1, 2회 분할 지급된다. 목돈을 원하는 선수로선 계약금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구단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금 비중을 높이는 이유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서 총액도 수직으로 상승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지난해 거포 오재일을 4년, 최대 50억원에 영입했다. 당시 계약금이 24억원으로 총액 대비 48%로 높았다. 하지만 이원석과 우규민의 잔류 FA 협상에선 계약금 비중을 확 줄였다. 이원석은 계약 최대 20억원 중 계약금이 3억원으로 15%. 우규민은 아예 계약금이 없었다. 영입 경쟁이 붙었던 오재일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에겐 '합리적인 투자'를 적용했다. 그리고 이 기조는 올해도 유지했다. 온정주의를 걷어내고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