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맏형'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리나라 방역체계가 앞으로도 잘 작동한다면 내년 경제전망은 나쁘지 않겠지만, 업종별 명암은 계속 대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송년 인터뷰에서 이처럼 전망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 서비스나 항공 등 업종은 어렵겠지만, 내년 경제 전반을 그렇게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선 국면 속에서 차기 정부에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을 주문했다.
데이터 기반 산업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측면의 공공투자를 촉진하고, 새로운 시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 포지티브 규제(지정한 행위만 허용)에서 네거티브 규제(금지 행위 외 전부 허용)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정부·국회가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민관합동 협력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 내 비중이 높아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의 소통과 관련해 "국민소득이 3만불로 넘어가는 것을 경험한 세대다. 이전 세대처럼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직업의 안정성보다도 일과 시간의 유연성, 자유를 선호하는 것 같다. 기업 제도와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기업의 역할은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어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은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인데 이제까지 이 조직을 돈을 벌기 위해서만 써왔다"며 "유인만 주어지면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앞으로는 공적 영역만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기업의 역할이 크게 바뀔 수 있다. 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숙제다"고 덧붙였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는 공감하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서구 사회는 주식회사를 운영한 역사가 길다. 이들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대학생과 중학생 간의 싸움을 비교하는 것이다"며 "사회적 압력도 있어 기업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공정거래위원회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제재 결정을 두고는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고, 대응할 부분은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