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롯데와 재계약을 결정한 손아섭이 4년 뒤 FA 자격을 다시 얻어 NC(아래 사진)로 이적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안 잡는 건가, 못 잡는 건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혹독한 ‘연봉 다이어트’ 중이다.
롯데는 FA(자유계약선수) 손아섭을 ‘경남 라이벌’에 뺏겼다. 지난 24일 NC 다이노스가 4년 총 64억원에 데려갔다. 4년 전 처음 FA 자격을 얻었을 때 총액 98억원에 계약했던 손아섭은 15년간 몸담은 롯데를 떠났다. 손아섭 측은 “롯데의 제안이 선수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롯데의 제시액이 NC보다 크게 적었다는 의미다.
롯데는 2019년 총연봉 1위 팀이었다.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총연봉이 101억8300만원에 이르렀다. 2020년 총연봉도 90억1600만원, 역시 10개 구단 중 1위였다. 이대호(4년, 150억원) 손아섭(4년, 98억원) 민병헌(4년, 80억원) 손승락(4년, 총 60억원) 등 대형 계약 영향이 컸다. 2017년 11월 롯데와 재계약(위 사진)을 결정한 손아섭이 4년 뒤 FA 자격을 다시 얻어 NC로 이적했다. [사진 NC 다이노스] 투자 대비 효과는 적었다. 팀 연봉 2위-1위-1위를 기록했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팀 성적은 7위-10위-7위에 그쳤다. 구단 내부에서 “FA 계약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회의론이 나왔다.
롯데는 이후 몸집을 줄이고 있다. 2021년 롯데의 총연봉은 52억2000만원으로 많이 감소했다. 전년도 연봉 1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FA 재계약에 따라 이대호의 연봉이 25억원에서 8억원으로 줄었고, 손아섭과 민병헌이 FA 마지막 시즌 연봉을 전년 대비 75%(20억원→5억원), 60%(12억5000만원→5억원)으로 작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손아섭의 이적과 민병헌의 은퇴 등으로 팀 연봉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 성민규 단장 롯데는 1992년 이후 무려 29년 동안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어느 팀보다 크다. 하지만 대형 FA 몇 명을 보유한다고 성적이 따라오지 않는 걸 경험했다. 합리적인 투자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을 놓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대어급 외야수가 넘쳤던 이번 FA 시장에서 나성범과 김현수, 김재환, 박건우, 박해민이 먼저 계약했다. 외야수로는 시장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손아섭의 몸값이 점점 올라갔다. 롯데가 이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베팅하진 않았다. 4년 전 손아섭에게 수도권 구단이 달라붙자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1년 전 이대호와 FA 계약이 쉽지 않았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2월 스프링캠프 시작 사흘 전에야 2년 총 26억원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대호의 FA 보상금이 최대 50억원에 이르러 다른 구단 이적 가능성이 작기도 했지만, 계약 규모를 줄이기 위해 롯데 구단은 최고의 스타와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롯데는 2년 전 성민규 단장 부임 후 ‘영입’보다는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2군) 감독에게 1군 지휘봉을 맡긴 이유다. 지난 17일에는 서튼 감독과 2023년까지 1년 연장 계약을 했다. 구단은 “서튼 감독의 체계적인 경기 운영과 육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볼 때 팀의 체질 개선을 완성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롯데가 FA 시장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모그룹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롯데 구단은 올 시즌 종료 후 3개월짜리 내부 감사를 받고 있다. 구단으로선 여러모로 눈치를 보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형 FA 계약의 경우 모그룹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은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2022년 FA 시장에서는 총액 기준으로 877억원의 계약이 체결됐다. ‘오버 페이(overpay·지나친 지급)’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24일 양현종이 KIA 타이거즈와 4년 총 103억원(옵션 48억원 포함)에 계약하면서 이번에만 ‘100억 클럽’ 가입자가 나성범(KIA, 150억원) 김현수(LG 트윈스, 115억원) 김재환(두산 베어스, 115억원) 박건우(NC, 100억원) 등 5명이나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올 시즌 8위까지 추락한 롯데는 몸집을 계속 줄이고 있다. 3년째 다이어트 중인 롯데가 2022년 어떤 결과를 낼지 팬들은 궁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