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서 팀을 옮긴 나성범(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 박건우(두산 베어스→NC), 손 아섭(롯데 자이언츠→NC), 박해민(삼성 라이온즈→LG 트윈스) 등은 10년 이상 한 팀에서 머물면서 대표팀에도 차출되는 특급 선수로 성장했다. 열혈팬들은 새로운 디자인의 유니폼이 나올 때마다 이들의 이름을 새겨 수집했다. 매년 팀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나성범의 유니폼은 지난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날아갔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KBO리그를 중계하면서 미국에서 NC가 널리 알려졌고, 호쾌한 장타를 뽐낸 나성범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미국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제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떠난 선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은 정리 대상이 됐다. 야구팬들은 "야구장에 입고 오는 팬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롯데에서 15년을 뛴 손아섭을 좋아한 한 롯데 팬은 그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20장 넘게 구입했다. 이 유니폼을 야구장에 들고 가서 손아섭의 등번호인 '31' 모양으로 관중석에 진열해 중계 카메라가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손아섭이 FA 자격을 얻어 NC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는, 플라스틱 박스에 손아섭 유니폼을 차곡차곡 담아 넣어놓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해당 팬을 알고 있던 손아섭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두산 팬들은 유니폼 정리 달인이 됐다. 두산은 최근 7년 동안 FA로 김현수(LG), 이원석(삼성), 양의지(NC), 민병헌(롯데),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랜더스), 이용찬, 박건우(이상 NC) 등 8명을 떠나보냈다. 대부분 팀의 주축 선수들인지라 유니폼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떠난 선수 유니폼은 장식용이 되거나 중고마켓에서 거래된다. 그런데 잘 팔리지는 않는다. 알뜰족은 선수 이름을 다시 마킹해 유니폼을 재활용한다. 한 두산 팬은 "결국 입을 일이 없기 때문에 버리게 된다. 새로운 유니폼에 다른 선수 이름을 새기는게 낫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