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 센터 오세근. 사진=KBL 제공 베테랑 오세근(34·2m)의 관리를 내세웠던 프로농구 안양 KGC가 기용 전략에 실패하면서 패했다.
KGC는 지난 2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3라운드 홈 경기에서 창원 LG에 80-86으로 패했다. 8위 LG와 만났고, 2위 서울 SK가 주춤한 사이 승차를 줄일 기회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얇은 선수층에 주전 활용 시간이 길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날 KGC는 38분 40초를 뛴 전성현을 비롯해 변준형, 오마리 스펠맨, 문성곤까지 네 명의 선수들이 35분 이상을 소화했다. 특히 스펠맨은 이날 전까지 풀타임 두 경기를 포함해 세 경기 동안 단 4초밖에 쉬지 못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하지만 김승기 KGC 감독의 관리 대상은 주축 네 명이 아닌 베테랑 오세근이었다. 11년 동안 KGC에서만 뛴 오세근은 이날 경기에서 8점을 추가하며 역대 42번째 5000득점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전신인 SBS 시절부터 포함해 KGC에서 통산 5000득점을 달성한 이들은 주희정, 양희승, 김성철 등이 있었다. 그러나 KGC에서만 5000득점을 기록한 이는 오세근이 처음이다.
하지만 어느덧 프로 11년 차. 기량은 녹슬지 않았지만, 체력이 예전 같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오세근은 25분에서 30분 정도 기용할 것이다. 30분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며 “젊은 선수들은 젊을 때 뛰어야 한다. 오세근도 젊을 때는 한 경기를 다 소화했다. 이제 나이가 있는 만큼 출전 시간을 줄여주는 게 맞다”고 이날 기용 계획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오세근은 김 감독의 계획대로 26분 15초만 출장했다.
문제는 기용 타이밍과 빈자리였다. 체력 관리를 위해 스펠맨과 함께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주축들이 빠진 구멍이 생각보다 컸다. 수비가 무너졌고, 골 밑에서 LG 외국인 아셈 마레이에 압도당했다. 1쿼터부터 13-26 더블 스코어를 허용했다.
오세근이 투입된 다음에는 달랐다. KGC는 오세근, 문성곤, 변준형의 3대 2 지역 방어를 통해 무너졌던 수비를 복구했다. 오세근의 존재감은 후반 들어 더 커졌다. 3쿼터 골 밑에서 스펠맨과 조합으로 득점을 만들어 내며 23점까지 벌어졌던 점수 차를 9점까지 줄이는 데 일조했다. 이어 4쿼터에는 상대 전략의 핵심이었던 마레이의 골 밑 공격과 리바운드를 견제했다. LG가 마레이가 봉쇄당한 채 4분 가까이 득점이 끊긴 사이, KGC는 10점을 쫓아가 71-73으로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추격전과 긴 출전 시간으로 주축 선수들이 체력이 고갈되면서 막판 연이어 턴 오버를 허용하며 역전 대신 패전을 떠안았다.
이날 패배로 KGC는 선수 기용 부분에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축 선수들은 ‘더’ 기용하려다 체력이 방전된 반면, 오세근은 '덜' 기용하려다 승기를 잡는 데 실패했다. 이날 오세근은 김승기 감독이 예고한 30분 이내보다 3분 45초를 덜 뛰었다. KGC는 초반 3분여 동안 LG에 10점을 더 내줬고, 이를 끝내 뒤집지 못했다. 오세근의 조금만 빠르게 기용됐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