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29일 간판타자 박병호가 팀을 떠났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던 박병호는 KT 위즈와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총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 계약했다. 키움은 박병호 측과 두 차례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 과정이 원활하지 않자 타선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KT가 빈틈을 파고들었다.
올 시즌 키움은 개막전 기준 소속 선수 54명의 평균 연차가 7년(리그 평균 8.1년)으로 가장 낮았다. 평균 연차가 가장 높았던 NC 다이노스·LG 트윈스(이상 8.7년)와 2년 가까이 차이 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세대교체가 진행된 결과였다. 그런데 시즌 뒤 백업 외야수 박정음(32)이 은퇴했고 박병호마저 떠나면서 평균 연차가 더 줄어들게 됐다.
이제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건 이용규다. 이지영(35) 박동원(31) 등과 함께 팀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용규는 지난해 11월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됐다. 세대교체 영향으로 입지가 좁아졌고 강제로 짐을 쌌다. 벼랑 끝에 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키움이었다. 3억원이 삭감된 연봉 1억원에 계약, 어렵게 기회를 잡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용규는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6(459타수 136안타) 1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좌익수와 우익수를 번갈아가며 외야를 책임졌다. 계약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주전으로 1년을 보내며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키움은 개막 직후인 4월 12일 박준태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탈했다. 5월에 복귀했지만, 타격 부진에 잔부상이 겹쳤다. 큰 기대를 걸었던 송우현은 음주운전 적발로 퇴출당했다. 외야진에 변수가 겹쳤지만,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이용규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시즌을 모두 마친 뒤 이용규를 언급했다. 홍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패한 뒤 한 해를 돌아보며 "이용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며 "어렵게 우리 팀에 와서 야구장 안팎에서 많은 힘이 돼줬다. 올 시즌을 끝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자리를 빌려 '고생 많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키움은 이번 겨울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를 영입했다. 이용규는 이정후, 푸이그와 함께 2022년 키움의 주전 외야수가 유력하다. 올 시즌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준 영향력을 내년 시즌에도 발휘할 수 있을지 중요해졌다. 박병호가 떠난 키움은 이용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