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지난 29일 주전 1루수 박병호가 KT 위즈로 이적했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던 박병호는 KT와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총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에 계약,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중심타자가 떠난 키움은 박병호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오프시즌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이 326개다. 홈런왕을 5번이나 차지했고 지난 10월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8년 연속 20홈런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최근 2년 연속 개인 성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타석에서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거포였다. 그런 그가 빠졌으니 타선의 중량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박병호가 견고하게 지켰던 1루다. 박병호는 올 시즌 1루수로 810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오재일(삼성 라이온즈·936이닝)과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전문 1루수였다. 빠른 판단과 물샐틈없는 수비로 통산 골든글러브를 5개나 수집했다. 최근 4년 1루수 소화 이닝이 연평균 810이닝을 넘긴다. 그만큼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입지가 탄탄했다. 타격이 부진해도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 수비에서 만회했다.
키움은 박병호의 이탈을 대비하지 않았다. 그가 만약 떠날 것으로 예상했다면 외국인 타자 윌 크레익과 재계약하는 게 나을 수 있었다. 크레익은 올 시즌 박병호와 1루수 출전 시간을 양분했다. 하지만 키움은 크레익과 재계약하지 않았고 1루수가 아닌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와 계약했다. 그 영향으로 내부에서 대체 1루수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웅빈, 전병우 등이 후보군이지만 중량감에서 박병호와 차이가 크다. 두 선수 모두 3루가 주 포지션이어서 1루를 맡겼을 때 변수가 많다.
FA 시장에는 정훈이 미계약 상태다. 정훈은 올해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1루수였다. 타격 성적도 타율 0.292(486타수 142안타) 14홈런 79타점으로 준수했다. FA 등급이 C등급인데 연봉(1억원)이 높지 않아 영입에 따른 보상금(1억5000만원)도 낮은 편이다. 고형욱 단장은 박병호 이적 후 "(외부 FA 영입은) 차후에 생각해볼 문제다. 일단 (박병호 이적에 따른) 분위기를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