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휴정 기간 동안 해외 출장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연말연시 법정 휴정 등으로 이 부회장은 내년 1월 13일 재판일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이 부회장은 수감 이전까지 설날 해외 출장을 정례화하는 추세였다. 연휴 기간 삼성전자 해외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는 행보였다. 2020년 브라질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또 2019년 설날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2기 공사 현장을 찾은 바 있다.
지난 8월 출소 이후 미국과 중동 출장을 다녀온 그는 글로벌 흐름 점검과 인적 네트워크를 단단히 다지는데 중점을 뒀다. 이번 출장의 행선지는 유럽 또는 중국이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라 중국이 다음 출장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종희 DX부문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새로 만들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중국에서 고전하는데다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 개편으로 풀이된다.
2020년 설날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 때 동행했던 한종희 부회장은 중국 사업 전반에 대한 혁신을 직접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3분기 기준)은 약 30%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다. 이어 미국 29%, 아시아·아프리카 16.4%, 유럽 12.6% 등의 순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3∼2014년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를 웃돌았지만 2019년부터 1% 미만대로 떨어졌다.
중국 토종 브랜드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리얼미 등이 급성장한데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으로 반한 감정이 확산하면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올해 10월 애플이 비보를 제치고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삼성 갤럭시 브랜드의 현지 경쟁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이 최근 출시한 갤럭시Z플립3·갤럭시Z폴드3 등 폴더블폰도 국내외에서 흥행몰이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산시성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반도체 생산 공장과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시안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이 부회장으로선 중국이 삼성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중요 시장인 것이다. 따라서 삼성은 중국 시장 마케팅 강화 전략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삼성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