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만 감독과 권율이 차분하면서도 지적인 영화 토크를 나눴다. 새해 첫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경관의 피'에 대한 기대감까지 한껏 올라갔다.
영화 '경관의 피'를 연출한 이규만 감독과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복귀하는 권율은 30일 오전 방송된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에 출연해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둘은 캐스팅 비화부터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 등을 진솔하게 전하며 1시간을 풍성하게 채웠다.
이날 라디오 출연이 처음인 이규만 감독은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감독은 "아직도 전혀 사실감이 없고, 마냥 신기하다. '리턴' '아이들' 이번에 '경관의 피' 연출한 이규만 감독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DJ 박하선과 작품을 함께하며 개인적으로 친분을 이어온 권율은 "박하선이 어느새 DJ 베테랑이 된 것 같다. 너무 대단하다"며 덕담을 건네며 포문을 열었다.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경찰 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범죄수사극이다.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각색을 통해 '경관의 피'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이규만 감독은 "원작이 워낙 좋은 책이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 그 안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그들이 겪는 성장, 우정, 배신 같은 것들이 우리 영화의 백미다"라고 강조했다. 권율은 "원작 읽긴 했는데, 사실 너무 어려웠다. 두께도 '수학의 정석' 정도 된다. 우리 시나리오가 훨씬 재밌었고, 한번에 확 빨려 들어가는 맛이 있다"고 영화의 높은 몰입도를 자랑했다.
권율은 이번 작품에서 전에 없던 빌런 역에 도전한다. 먼저 시사회를 다녀온 박하선은 "내가 알던 권율이 아니였다. 무섭고, 차갑고, 섬뜩했다"며 연기 변신에 성공한 권율을 칭찬했다. 권율은 " "나영빈이라는 악역을 맡았다. 재력이 굉장하고, 정재계 모든 인사들에게 손이 뻗어 있을 만큼 막강한 인물이다. 비주얼적인 부분도 그렇고, 의상적인 부분도 언터처블 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 실제로 12kg 정도 증량하면서 무게감을 살렸다"며 빌런 변신을 위해 들인 노력을 밝혔다.
이규만 감독은 권율을 처음 보고 악역 나영빈에 낙점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감독은 "권율을 처음 만났을 때 내면에 뭔가 불안하면서도 비균질적이고,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는 매력을 봤다. 이 배우다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권율은 "감사하다. 언제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매력 유지하겠다"며 유쾌하게 화답했다.
이규만 감독은 주연인 조진웅의 연기력도 언급했다. 감독은 "조진웅이 내 디렉션이 좋았다고 말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조진웅은 어느 방향으로 돌을 던져도 다 받아주는 배우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연기 디렉션에 있어서 서로 상의를 많이 했다. 어떤 때는 직접적으로 요구할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조진웅이 해석을 열어주기를 기다릴 때도 있었다. 무엇이든 조진웅은 해냈다. 특별한 스킬이 있었다기보단 서로 마음이 오가는 상태였다"며 둘의 좋은 호흡을 전했다.
한편, 이날 이규만 감독이 밝힌 전작 '아이들'(2011)의 비화가 눈길을 끌었다. 1991년 있었던 '개구리 소년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감독은 "실종자 부모님들을 찾아가 시나리오 100페이지에 모두 도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으로 파장이 심했던 사건이었던 만큼 예민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정황, 오해될 수 있는 부분,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 너무 많은 것들이 영화 속에 있었다. 부모님들의 동의가 없으면 절대 영화화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런 결정을 했다"며 영화에 있어서 꼼꼼한 작업방식과 섬세한 면을 드러냈다.
이런 섬세하고 디테일한 면모가 이번 '경관의 피'에서도 십분 나타났다고. 권율은 완성도 높은 영화에 대해 자부하며 "어려운 시기에 개봉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2021년 새해 첫 한국영화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열정적으로 후회 없이 촬영했다. 관객분들도 후회 없는 관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규만 감독 역시 최우식의 감정선을 마지막 관전 포인트로 꼽으며 "최우식이 삐약삐약 하는 병아리 시절부터 껍질을 깨고 또 다른 자아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 볼거리가 있으니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오는 1월 5일, 새해 첫 포문을 열며 관객들을 찾아간다. 박상우 기자 park.sangwo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