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여자배구 현대건설이 날개를 달 수 있을까. 백업 레프트 정지윤(21)이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정지윤의 공격력은 리그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8~19시즌 신인상 수상자이고, 2020 도쿄올림픽 배구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이토록 화려한 이력을 가진 선수가 현재 소속팀에서는 백업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포지션을 옮겼기 때문이다. 레프트는 리베로와 함께 서브 리시브를 받아야 한다. 정지윤은 저연차 시절에도 리시브 부담을 숨기지 못했다. 잠시 레프트를 맡은 때도 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올 시즌부터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은 강성형 감독은 본격적으로 정지윤의 포지션 전환을 감행했다. 정지윤을 김연경의 뒤를 이어줄 '국가대표 레프트'로 키우려고 했다. 팀은 공격력이 향상할 수 있다. 강 감독은 경험이 많은 고예림과 황민경을 주전 레프트로 기용하면서도 정지윤을 꾸준히 투입했다.
상대 서버는 정지윤을 향해 집요하게 서브를 보내 리시브를 흔들었다. 공격의 시발점인 서브가 흔들리면, 득점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리시브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선수는 멘털이 흔들린다. 공격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생긴다.
하지만 시즌 반환점을 돌고 4라운드에 돌입한 현재, 정지윤의 서브 리시브는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강성형 감독은 "이전에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성장한 것 같다. 이제 나도 안정을 느끼고 있다"라며 웃었다. 팀 선배 황민경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 실수한 순간을 의식할 때도 있는데, 그 부문 극복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며 반겼다.
정지윤은 동료들의 독려에 힘을 얻었다. 그는 "내가 코트에 들어가면 상대가 나에게 서브를 많이 보내는 것을 알고 있다. 잘 되는 날도 있고, 흔들리는 날도 있다. 언니들이 리시브 커버를 많이 해준다. 세터 언니들도 내 리시브가 흔들려도, 뛰어가서 토스로 연결시켜 준다. 불안한 리시브가 나와도 '잘했다'고 독려해준다. 그래서 버티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리그 레프트 중 리시브 효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37.83%를 기록한 KGC인삼공사 이소영이다. 정지윤은 올 시즌 출전한 18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23.28%를 기록했다.
정지윤은 리시브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정지윤이 코트 위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현대건설의 좌측 공격력은 더 좋아진다. 국가대표급 레프트 없이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더 강해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