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코트에서 대범해진 허예은(21)의 성장으로 여자프로농구 청주 KB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KB는 2021~22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 독보적인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9연승을 질주하며 18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시즌 전 우승 경쟁 상대로 꼽힌 아산 우리은행과는 5일 기준 5.5경기 차 앞서 있다. 전승 우승과 역대 최고 승률(0.943, 2016~17시즌 아산 우리은행) 경신이 멀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멤버 조합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KB 중심에 박지수와 강이슬이 있다. 센터 박지수는 득점(22.37점)과 리바운드(14.32개) 부문 리그 1위다. 강이슬도 3점 슛(경기당 3.21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포워드진인 김민정과 현재 손가락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최희진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경기당 평균 득점(80.9점) 1위 KB의 공격을 이끄는 가드진도 만만치 않다. KB는 이전에 심성영과 염윤아로 가드진을 구성해 시즌을 치러왔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주장 염윤아가 발목 부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심성영이 홀로 책임지는 듯했으나, 지난 시즌 2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1분7초를 뛰었던 허예은의 성장이 KB를 지탱하고 있다.
허예은은 공격보다는 메인 볼 핸들러다운 리딩 능력이 강점이다. 신장이 1m65㎝로 여자프로농구 단신 축에 속해 ‘꼬꼬마 가드’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빠른 돌파력으로 페인트 존 근처에 있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건네준다. 현란한 드리블 능력도 갖고 있다. 마침 패스를 받을 공격 자원이 많아져 허예은의 평균 어시스트도 1.6개에서 5.7개로 대폭 증가했다.
올 시즌 주전 멤버로 도약한 허예은이다. 김완수 KB 감독은 허예은과 심성영을 교대로 출전시켜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기지만, 허예은이 포인트 가드로 나서고 심성영이 슈팅 가드가 되기도 한다. 심성영은 허예은과 2가드 라인업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예은이는 패스도 잘하고 리딩 능력도 뛰어나다. 예은이랑 뛰면서 편하고 좋다고 느낀다”고 했다.
시즌 초 허예은은 코트에서 다소 낯을 가렸다. 데뷔 3년 차 가드고 마음이 여려 코트 위에서 선배들에게 지시를 잘 못 내리기도 했다. 강이슬도 “너무 착해 경기 중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우리에게 조금 더 소리를 질러줬으면 한다.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 자신감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보인다. 특히 골 밑 장악력이 뛰어난 박지수와 호흡이 일품이다. 허예은의 롱 패스를 받은 박지수가 앨리웁 플레이도 여러 번 선보였다. 박지수는 허예은의 경기력 상승 요인에 대해 “엄청 대범해졌다. 이제 우리에게 지시도 잘 내린다. 소통과 대범함이 코트에서 고스란히 나오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KB는 염윤아가 부상에서 회복 후 돌아와 가드가 3명이다. 셋은 각각의 장점을 지닌 가드다. 허예은은 볼 배급, 심성영은 슛, 염윤아는 수비가 강점이다. 김완수 감독은 세 명의 가드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면서 유기적인 가드 기용이 가능해졌다. 자연스럽게 가드들의 체력 안배도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