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확정 순간을 돌아본 김재윤.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IS포토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확정 짓는 아웃카운트를 잡고 마운드로 몰려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모습. 마무리 투수라면 한번은 그려본 순간이 아닐까.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32)은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의 KS에서 기회를 잡았다. KT가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앞선 4차전, 김재윤은 8-4로 앞선 8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강승호를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고, 9회 선두 타자 양석환과 후속 허경민은 각각 삼진과 땅볼로 잡아냈다.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박세혁을 상대했고, 몸쪽(좌타자 기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우측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공을 잡은 KT 1루수 강백호가 직접 베이스를 밟았다. 김재윤은 "우승 순간 마운드를 지키고 싶다"라던 바람을 결국 이뤘다.
아쉬움은 남았다. 우승 세리머니는 중심에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가 옆으로 빠진 김재윤을 강백호가 미처 보지 못한 채 3루 쪽으로 내달린 것. 더그아웃에 있던 KT 선수들은 강백호에게 향했고, 2루 근처까지 갔던 김재윤은 뒤늦게 동료들에게 합류했다.
그 순간을 돌아본 강백호는 "(김)재윤이 형을 찾아 안는 게 먼저였는데, 나도 모르게 날뛰었다"라고 멋쩍어했다. 김재윤은 "베이스로 들어가면서 '(강)백호가 나에게 공을 건네줄까. 아니면 그대로 껴안을까'라며 혼자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1루를 밟은 직후 애 표정을 보니까 공을 줄 것 같지 않더라. 그러다가 그대로 지나갔다"라고 껄껄 웃었다. 이어 "나중에 백호한테 '형을 안아줄 생각은 없었냐'라고 농담하니까 민망해하더라"라고 전했다.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3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T가 3-1로 승리했다. 경기종료후 마무리 김재윤과 포수 장성우가 포옹하고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11.17. 데뷔 첫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은 김재윤에게 세리머니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구체적인 목표는 생긴 것 같다. 김재윤은 "다시 한번 KS 우승을 확정 짓는아웃카운트를 잡을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꼭 삼진으로 장식하겠다. 그게 베스트"라며 웃어 보였다.
김재윤은 2021 정규시즌에서 세이브(32개)와 평균자책점(2.42)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개막 초반에는 피안타를 많이 허용하며 자주 위기에 몰렸지만, 중반 이후 구위가 살아나며 KT 뒷문을 철벽처럼 지켰다. 김재윤은 "감독님이 믿음을 주신 덕분에 멘털을 다잡을 수 있었다. 구위도 만족할 수준으로 좋아졌다"라고 돌아보며 "올해 목표는 KT의 2연패다. 개막 초반부터 꾸준히 믿음을 주는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잘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김재윤은 지난달 4일 결혼하며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김재윤은 "아내를 만난 2019년부터 내 야구 인생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책임감이 더 커진다. 팀과 가정이 모두 웃을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