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25·서울시청)와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이 국가대표 자격정지 징계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심석희 측은 12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 심리로 열린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빙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국가대표 자격정지 2개월 징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심석희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윤주탁 변호사는 ▲빙상연맹의 징계는 시효가 지났고 ▲징계 사유가 된 문자메시지는 특정인의 위법한 행위로 공개됐으며 ▲심석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 불참 등 징계를 이미 받았기에 국가대표 자격 정지는 이중 징계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또 "빙상연맹의 자격정지 2개월은 단순한 국가대표 자격정지가 아니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권 박탈로 이어진다. 선수 입장에선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빙상연맹 대리인 김경현 변호사는 "대한체육회는 2018년 10월 4일 스포츠공정위원회 징계 시효 항목을 신설했는데, 해당일 이후 발생한 사건에 관해서만 시효가 발생한다. 심석희 측이 주장하는 시효 관련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빙상연맹은 사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것 자체를 품위 유지 의무 위반 행위로 보고 있다. 이미 심석희는 해당 행위에 관해 인정했으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다른 징계를 소화했기에 국가대표 자격정지 2개월이 '이중 징계'라는 심석희 측 주장에 관해서는 "해당 사건이 공론화한 뒤 피해선수를 보호해야 했고, 월드컵 1~4차 대회가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중요한 대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요한 조처였다. '징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석희는 지난해 5월 열린 2021~2022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에서 종합 우승해 상위 5명에게 주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그러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코치 A씨와 함께 동료 선수 및 지도자를 욕한 사적인 메시지가 지난해 10월 세간에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빙상연맹은 심석희를 대표팀에서 분리한 뒤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21일 심석희에게 국가대표 자격정지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심석희는 2월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심석희는 빙상연맹의 상위기구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소하는 대신, 곧바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심석희는 국가대표 자격을 회복한다.
다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더라도 빙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심석희를 국가대표로 인정하고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최종 승인해야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빙상연맹이 심석희의 현재 기량이 올림픽 출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선수에게 국가대표 자격을 줄 수 있다.
심석희는 올겨울 대표팀 훈련과 국제 대회를 소화하지 못해 경기력 유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석희 측은 이와 관련해 "언제든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3일 빙상연맹으로부터 베이징동계올림픽 최종 엔트리를 받아 24일 ISU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원의 판단은 20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