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해에도 역대 최다 내수 판매량을 경신하며, 수입차 '양대산맥'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압도했다.
1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13만7857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9.5%의 성장세를 이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난 등 불안정한 분위기 가운데 국산 브랜드 중 유일한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측면에 의미가 크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판매량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데 있다. 2015년 브랜드 출범 이후 6만대 수준에서 2020년 10만대 문턱을 처음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3만대를 돌파하며 6년간 15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뤘다.
이는 고급차 시장의 주요 경쟁사인 벤츠와 BMW를 압도하는 실적이다. 실제 지난해 벤츠와 BMW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각각 7만6284대와 6만5682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의 절반 수준이다.
주력 차종별 실적만 놓고 봐도 제네시스의 '압승'이다.
준대형 세단 G80의 경우 지난해 전년 대비 5.9% 오른 5만9463대가 판매돼 벤츠 E클래스(2만6109대), BMW 5시리즈(1만7447대)를 가뿐히 제쳤다.
무엇보다 2020년 3월 3세대 완전변경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또 파생 모델인 G80 전동화 모델, G80 스포츠 모델을 새롭게 출시해 고객 선택 폭을 넓힌 점도 판매량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중형 스포츠유릴리티차량(SUV)인 GV70의 경우에도 지난해 출시 1년 만에 4만994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시장에 안착했다. 같은 기간 벤츠 GLC는 6282대, BMW X3는 5094대 판매에 그쳤다.
플래그십 SUV 모델 GV80의 저력도 눈에 띈다. GV80은 비록 지난해 판매량이 28.1% 감소한 2만4591대에 그쳤지만, 벤츠 GLE(6856대)와 BMW X5(5601대)와 경쟁에서는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부분은 최고급 세단 시장이다. 제네시스 G90은 벤츠 S클래스의 저돌적인 공세에 밀려 지난해 5089대 팔리는 데 그쳤다. 전년(1만9대)보다 49.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벤츠 S클래스는 1만1131대가 팔렸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형 G90이 지난달 출시됐는데, 계약 개시 첫날인 12월 17일에만 1만2000대에 달하는 실적을 올렸다. 벤츠 S클래스 1년 판매 대수보다 더 많은 계약 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고급차 시장은 벤츠, BMW 등 독일산 수입차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2020년 선두를 탈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격차를 더 벌렸다"며 "점차 모델 라인업도 늘고 있어, 제네시스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