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운드 재구축에 들어간 두산이 올해 새 판 짜기를 계속한다. 가능성을 보여준 영건들이 1군 도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베테랑 유희관(36)도 마운드를 떠난다.
지난해 두산의 마운드 구성은 지난 몇 년과 달랐다. 베테랑과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 속에 젊은 투수들을 1군에서 기용했다. 기복은 있었지만 끝내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성적과 미래를 동시에 챙겼다.
마운드 재건은 올해도 계속된다. 정재훈 두산 투수코치는 지난해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에서 코치상을 수상한 후 “두산은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낼 자리가 많은 팀”이라며 “선수들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열심히 준비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왼손 투수 최승용(21)은 지난해 가장 가능성을 보여준 자원 중 한 명이다. 정재훈 코치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영건들에 대한 평가를 묻자 “지난해 1군 데뷔에 큰 무대까지 겪었다”며 “구위가 좋다. 차세대 팀을 이끌어갈 재목이다”고 최승용을 칭찬했다. 발전의 바탕에는 남다른 멘털이 있었다. 정 코치는 “최승용은 훈련이든 실전이든 마음가짐이 좋다. 선수 본인이 열심히 연마했기에 구위로 나타난 것”이라며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시작하면 더 발전할 선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확실하게 구사할 수 있는 유인구는 아직 미흡하다”며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하게 연습할 계획이다. 확실한 공 하나가 더해지면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처 터지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김민규(23)가 대표적이다. 정재훈 코치는 “재작년 임팩트가 좋아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코치는 “시즌 초부터 선발로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팀 사정상 불펜으로 나와 이닝을 짧게, 또 길게 소화해야 했다”며 “투수로서 제일 힘든 일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코치로서 고맙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마무리한 김민규는 상무 피닉스로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중이다. 정재훈 코치는 “상무에서 선발로 2년 정도 풀 타임을 뛰면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구종이나 제구,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보완한다면 제대 후 팀에 필요한 전력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필승조로 기대받았던 이승진(27)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재훈 코치는 “시즌 초반 무척 좋았다. 자신감도 있었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공이 가장 좋은 투수였다”라며 “경험 부족일 것이다. 풀 시즌을 뛰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있는데 안 좋을 때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정 코치는 “안 좋을 때는 편하게 생각하고 다음 경기는 좋을 거라는 생각하면 완만하게 회복한다. 이승진은 그러지 못하다 확 떨어졌다”며 “그것도 경험이다. 학습 효과가 있으니 올해는 분명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이가 있다면 떠나간 이도 있다. 101승을 기록하며 정 코치와 선수 생활을 함께했던 베테랑 유희관이 지난 18일 은퇴를 발표했다. 정재훈 코치는 "레퍼토리가 읽히고 구속이 떨어지니 바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아직 1년 정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선수 본인이 가장 아쉬워했다"고 밝혔다. 정 코치는 "유희관은 타자들과 싸웠고 편견과도 싸웠던 투수다. 평균에 못 미치던 선수가 평균 이상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두 배로 인정받아야 하는 선수다"라며 "희관이에게도 '네가 그런 선수였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몰라도 또 현명하게 잘할 것이다'라고 응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