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포스코가 시끌벅적하다. 오는 28일 지주사 전환이 결정될 임시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포스코 본사가 있는 포항시를 비롯해 노조와 소액주주들까지 물적분할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지주사 전환 중대재해법 회피 꼼수"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과 맞물려 더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을 때 처벌받는 법이다. 공교롭게 중대재해법 시행 다음 날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안건과 관련한 임시주총이 열릴 예정이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주사 전환으로 중대재해법을 피하려고 하는 꼼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신설법인)로 물적분할되는 게 골자다. 노조는 법인이 분리되면 지주사를 통해 경영은 계속 하되 포스코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법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이 구형된다. 여기서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이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 책임자로 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CEO들은 사고 책임자에서 쏙 빠져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지난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용역사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코크스공장에서 스팀배관 보온작업을 하던 용역사 직원 A 씨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최정우 회장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현재 사고대책반을 설치해 관계기관과 협조하며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발 방지 및 보상 등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라고 사과했다.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 약속에도 사고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10월에도 포항제철소 내에서 교통사고로 포스코 계열사 소속 직원이 사망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모든 업무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의 핵심가치이자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며 ‘안전’을 강조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포스코지회는 이번 끼임 사고와 관련해 “입사한 지 보름도 안 된 노동자를 안전지킴이 역할까지 겸직시켜 발생한 사고”라며 “2018년 이후 24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최정우 회장 임기 동안 2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국민연금은 찬성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기회"
지주사 전환은 최정우 회장의 ‘생존 승부수’로 꼽힌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첫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지주사를 통해 효율적인 미래 신사업 발굴과 그룹 사업·투자 관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 미래 가치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장기집권 수립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의심하는 이도 있다. 포스코지회는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해 장기집권 구조로 갈 가능성이 있다. 또 노사 관계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처럼 경영권 강화로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수장도 교체되는 ‘포스코 회장 잔혹사’에 시달려왔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전례에 따라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3월 대선 이후 교체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권 강화로 이를 방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지주사 전환은 임시주총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현재로써는 24일 9.7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 측은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기회 가능성과 함께 철강 자회사의 비상장 의지를 자회사 정관에 반영한 점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포스코 측은 과거에도 수차례 지주사 전환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시점이야말로 경영구조 재편에 최적기라는 이사회의 공감대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육성함은 물론 그룹 사업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는 “기존 회사들에 발생한 디스카운트 규모를 고려할 때 회사가 제시한 주주 친화 정책으로 주주 손해를 상쇄하기에 부족하다”며 소액주주들과 뜻을 함께하며 물적분할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