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 관리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관련 전담팀을 꾸리거나 교육을 강화하는 등 '1호 처벌 기업'의 불명예를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기존에 없던 최고안전책임자(CSO)직을 새로 만들고 국내생산담당 임원인 이동석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지난해 연말 하언태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울산·아산·전주공장 등 국내공장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CSO로 낙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도 최근 CSO직을 새로 만들었다. 다만 현대차가 생산부문 임원을 CSO로 선임한 것과 달리 기아는 급을 높여 최준영 대표이사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노무 전문가인 최 부사장은 기아 광주지원실장, 노무지원사업부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대표이사직을 수행해왔다.
CSO 신설과 함께 안전 조직도 키운다.
현대차는 올해 1월 1일 자로 본사 안전 관련 조직을 확대했다. 아울러 연구소와 생산공장 등에도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관리 조직을 개편했다. 또 작년부턴 본사, 연구소, 울산 등 주요 생산공장에 안전 관련 전문인력을 지속해서 충원하고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GM은 협력사 인원을 포함한 전 사업장 근무 인력의 점검 및 사고 예방 교육을 강화했다. 사고 예방 및 대처 매뉴얼을 쉽고 명쾌하게 재정비했고, 관련 직원들이 매뉴얼 내용을 숙지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 업무 투입 전 3분간 안전을 주제로 하는 발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등 수시로 사고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모두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칠 경우 사고를 막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오너(사업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인에는 5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 총괄 조직을 만들고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때문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 신경을 써왔던 부분"이라며 "아무리 예방을 해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미비점, 보완점 등 과제를 계속 발굴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CSO가 기업 총수나 오너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 제2조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