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남자 테니스 빅3' 중 누가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선수)인지를 따지는 해묵은 논쟁이 끌나가는 모양새다.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이 가장 중요한 지표인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에서 역대 최다인 21회 신기록을 작성했다.
나달은 30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끝난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역전승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나달은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 로저 페더러(41·스위스)와 함께 남자 테니스 빅3로 불려왔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갖다시피 해왔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페더러가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한 것은 2003년 윔블던 대회다.
이 대회부터 지난해 US오픈까지 총 73차례 메이저 대회가 치러졌는데, '빅3' 선수가 이 중 무려 60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나달과 조코비치, 페더러가 사이좋게 20회씩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이들을 제외하고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는 피트 샘프러스(은퇴·미국)다. 샘프러스는 14회 우승해 '빅3'와 격차가 꽤 난다.
하나같이 '역대급' 기록을 써 내려온 세 선수 중 결국 누가 GOAT로 인정받게 될지 모든 테니스 팬들이 궁금해했다.
이번 호주오픈 전까지만 해도 GOAT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선수는 조코비치로 보였다.
조코비치는 빅3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데다, 부상에 시달린 나달, 페더러와 다르게 지난해 성적도 좋았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메이저 대회에서 US오픈을 제외하고 3차례 우승했다.
경쟁자인 나달마저도 호주오픈을 앞두고 자국 방송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코비치가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타이틀을 단독으로 보유하는 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나 자신을 속이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나달은 발 부상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에 제대로 대회를 치르지 못해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었다.
21번째 우승을 확정한 뒤 그가 "한 달 반 전만 해도 투어에 복귀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 어느 때보다 감격스럽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조코비치가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다가 호주 입국을 거부당해 이번 호주오픈에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호주오픈 역대 최다 우승자(9회)인 조코비치가 빠진 가운데 나달은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 마테오 베레티니(이탈리아), 메드베데프 등 차세대 강자들을 잇달아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제 나달이 조코비치, 페더러보다 GOAT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상황이다.
그런데 이 구도가 그대로 굳혀질 가능성이 크다.
페더러는 나이가 많은 데다 최근 크고 작은 부상으로 메이저 대회에 꾸준히 나서지 못하고 있다. 언제 은퇴를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은 처지에 놓여있다.
조코비치는 계속 백신을 거부하면 메이저 대회 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다음 메이저 대회인 5월 프랑스오픈에 조코비치의 출전이 불가능하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각종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려면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입장이다.
나달은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이 대회에서 무려 13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이 또 우승한다면 다른 두 선수와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이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좁히기 힘든 격차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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