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호랑이’ 한국 축구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시리아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최종예선 6승 2무(승점 20)를 기록한 한국은 조 1위 이란(7승 1무·승점 22)에 이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따냈다.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본선 진출을 확정한 건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10회 연속이자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10회 연속 본선 진출은 아시아 최초다.
경기 전까지 대표팀에 악재가 겹쳤다. 두바이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수비수 홍철(대구FC)이 양성판정을 받아 격리되면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훈련 일정이 축소됐다.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의 경고누적 결장도 대표팀에 큰 손실이었다.
자국 사정으로 중립 지역에서 홈경기를 치른 시리아를 맞아 황의조(보르도)와 조규성(김천 상무)이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21일 몰도바와 평가전부터 A매치 3경기 연속 투톱을 내세웠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상으로 빠진 양쪽 날개에 이재성(마인츠)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포진하는 4-4-2 포메이션 형태였다.
이 경기 전까지 시리아는 A조 실점 최하위(13점)였다. 하지만 한국은 좀처럼 시리아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오히려 위기를 여러 번 맞았다. 전반 9분 오마르 카르빈의 헤딩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 판정. 전반 24분 김진수(전북 현대)의 백패스 실수로 알 마와스와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의 일대일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반격에 나섰다. 후반 7분 오른쪽 측면에서 김태환(울산 현대)이 올린 크로스를 김진수가 문전에서 헤딩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양쪽 풀백이 합작한 득점이었다. 이어 후반 25분 권창훈(김천)이 이재성과 패스 플레이 후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3득점을 기록한 권창훈은 대표팀 해결사로 등극했다.
한국은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놓았다. 다음 달 24일 이란, 29일 아랍에미리트와 최종예선 9·10차전을 치른다. 본선 진출을 확정해도 남은 경기의 중요성은 크다. 이는 월드컵 조 추첨에서 3포트를 받기 위해서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4월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본선 조 추첨에선 FIFA 랭킹별로 포트 4개를 나눈다. 현재 FIFA 33위인 한국은 가장 낮은 단계인 4포트 배정이 유력하다. 이 경우 한국보다 상위 랭킹 3개 팀과 같은 조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3포트에 배정된다면 상대하기가 조금이라도 수월한 팀 하나를 확보할 수 있다. 본선 진출 32개 팀 중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는 없지만, 치열한 조별리그에서 숨통을 트려면 3포트 배정이 유리하다.
벤투 감독도 조 1위를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우리는 2경기를 남겼뒀다. 조 1위를 할 기회라고도 본다”며 “목표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거다. 도전과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다음 경기에서 이란을 홈으로 불러들이기에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한국은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궈낸 남아공 대회 이상의 성적을 기대한다. 그 중심에 전성기를 달리는 손흥민이 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으로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상승해 ‘월드클래스’ 선수가 됐다. 축구 선수로서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는 손흥민의 발끝에 한국의 월드컵 성적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