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분노도 사치인 수준이지만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 정신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경기와 황당한 편파 판정에 전국민이 들끓은 밤이다.
지난 4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가운데, 7일 오후에는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가 열렸다.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 전통의 강호로 숱한 역사를 쌓은 종목이기에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고, 기분좋은, 그리고 조금은 여유로운 응원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펼쳐진 경기와 결과는 모두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황대헌 선수는 준결승 1조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뒤늦게 코스를 파고들었다는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오면서 실격 처리를 당했다. 준결승 2조로 나선 이준서 선수 역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레인 변경에서 반칙이 있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허무하고 황당한 판정에 어안이 벙벙해진 순간이다.
이제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건 더 이상 메달도, 메달의 색깔도 아니다. 올림픽 무대를 위해 오랜시간 피 땀 눈물을 흘렸을 선수들의 고생 및 노력에 대한 실질적 보답과 목표가 메달일 수 밖에 없기에 '메달을 목에 걸었으면 좋겠다' 함께 응원하는 것이지, 궁극적으로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공정한 경기의 과정과 그에 따른 최선의 결과에 더 큰 감동을 느낀다.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의 자부심부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 모든 것이 외부 작용에 의해 박탈당하는건 특히 스포츠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걸 이번 동계올림픽은 다양한 방식으로 뻔뻔하게 해내고 있다. 때문에 쇼트트랙 경기에서 보여진 촌극 역시 당연한 분노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고, 비난의 화살 또한 명확할 수 밖에 없다. 억울함과 답답함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말도 아끼는 선수들, 참담한 표정의 코치진들을 저열한 현장과 차가운 타국에서 할 수만 있다면 그저 빨리 빼내오고 싶은 심정에 모두가 공감하는 이유다.
경기를 지켜 본 스포츠 스타들은 물론, 연예인들도 분노를 참지 못한 채 SNS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배구 김연경 선수는 '또 실격? 와 열 받네', 강소휘 선수는 '역대급 올림픽이다 정말. 누가 실격이라구요?' 양궁 안산 선수는 '하고 싶은 거 다 해X먹어라. 주어 김안산', 김재덕 선수는 '쇼트트랙 룰은 잘 모르지만 판정이게 맞나요?', 체조 여서정 선수는 '쇼트트랙 이거 맞아요? 화나', 근대5종 전웅태 선수는 '아니 이건 납득이 안가잖아', 수영 황선우 선수는 '......'라는 표현으로 온 마음을 대변했고, 쇼트트랙 이한빈 선수는 '이게 올림픽이냐', 김도겸 선수는 '올림픽 정신이 뭘까'라며 단호하게 요약했다.
또한 채리나는 '아 열받아 미치겠다, 어찌 더 아름답게 추월하란 말이냐, 심판들아, 열 받아, 어이가 없네?'라며 분통을 터뜨렸고, 김지우는 "쇼트트랙 판정 어이가 없다. 올림픽 심판 아무나 하나봐. 그러면 비디오 판독은 왜 하냐. 9살짜리 꼬마가 봐도 이해가 안간다는 상황. 왜 유독 우리나라 선수만 다 실격이냐. 황대현 선수 허벅지 손으로 터치한 중국 선수는 아무 페널티도 없었으면서. 너희 그러고도 안 창피하냐"라고 꼬집었다.
코미디언 이수지는 '우리 선수들 힘내요. 울지마요. 1등 우리꺼. 한복도 우리꺼. 김치도 우리꺼. 그만 우깁시다'라며 최근 논란이 된 여러 이슈들을 모조리 언급, 신봉선은 "뭐????? 뭐?? 뭐라고?', 이성미는 '아 진짜! 피가 거꾸로! 뭐? 아 진짜! 아', 오지헌은 '결승에 중국 세 명을 올리려고 그랬구나? 결과는 뻔함. 유도 보는 줄? 중국 금메달ㅋㅋㅋ', 김지민은 '이쯤되면 페어플레이 하지 말아야 하나. 이번 올림픽은 정직하게 실력으로 이기는건 어렵나보다! 전국민의 눈에 1위, 2위인데 단, 몇명 눈에는 아니었나보다'라고 정리했다.
이 모든 상황이 누구보다 마음 아플 사람은 바로 우리 선수들이다. 그리고 위기에 보란듯이 강인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우리 선수들이다. 황대헌 선수는 경기 후 SNS에 '장애물을 만났다고 반드시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면 돌아서서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에 오를지, 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또는 돌아갈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라'는 마이클 조던의 영문 글귀를 남겼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이미지는 그들 스스로 구축한 바, 대한민국 모든 선수들은 건강하고 안전하게만 경기를 치러내길 온 국민이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