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축제여야 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오직 한 대륙, 아프리카만이 웃지 못하고 있다.
미국 ESPN은 지난 8일(한국시간) “베이징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없는 이유”라며 이번 대회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아프리카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대회에는 아프리카 5개국에서 6명의 선수만이 참가했다. 모두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종목이다. 썰매 종목에서는 단 한 명도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평창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있었던 대륙 쿼터제가 사라진 탓이다. 국제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IBSF)은 지난 2016년 대륙별 선발 쿼터제를 시행했다. 스포츠 인프라, 그중에서도 동계스포츠 인프라가 열악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덕분에 평창올림픽에 역대 최다인 총 8개 국가에서 13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들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성적을 겨루진 못했지만, 정상의 무대에서 도전하는 올림픽 정신을 맘껏 증명했다. 세언 아디군, 은고지오 누메레, 아쿠오마 오메오가(이상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사상 첫 봅슬레이 대표팀으로 올림픽을 방문했다. 사자와 토끼가 그려진 헬멧을 쓰고 스켈레톤에 참가했던 아콰시 프림퐁(가나)은 최하위를 기록하고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받았다.
반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쿼터제가 ‘공정하지 않다’는 항의를 받았고, 결국 IBSF가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합의한 후 쿼터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출전 기회가 사라진 선수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ESPN에 따르면 프림퐁은 “쿼터제는 중요하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올림픽은 롤 모델을 볼 기회다”라며 “비록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그 나라 최고의 선수들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썰매 선수들은 환경적,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겨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라며 "기본적인 모노밥 종목 장비 운용 비용만 약 4만 달러에 달한다. 코치 비용과 전문적인 훈련은 연맹에 뒷받침 없이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청소기 판매원으로 돈을 모으고 빚을 내 코치를 고용했던 프림퐁은 "우리가 재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전문적인 인프라가 없다. 전문 지식이 없다. 지원이 없다"고 한탄했다.
불운도 겹쳤다. 프림퐁은 랭킹을 높여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랭킹을 63위까지 끌어올려 목표인 60위를 앞뒀지만, 독일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나이지리아 여자 스켈레톤 국가대표였던 시메델레 아데아그보는 종목을 바꿔 1월 독일 윈터버그에서 열린 봅슬레이 모노밥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 랭킹 33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 기준에는 들지 못하면서 역시 베이징행에 실패했다.
올림픽과 썰매 종목의 미래를 위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출전 기회를 더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림퐁을 뒤에서 지원했던 브라이언 맥도널드 미국 대표팀 코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올림픽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뛰는 걸 TV로 볼 수 없다면, 앞으로 썰매 종목에서 (아프리카 선수가 뛸) 기회가 오랫동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다음 세대에서 재능 있는 선수가 나타나더라도 최소한의 기회나 지원을 받지 못해 사그라들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